[경인통신=조현민기자] 버스 정류소에 설치된 냉·온의자의 관리에 따른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냉·온의자는 버스정류장을 이용 시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고, 추운 겨울철에는 따듯하게 해줘 사랑받고 있는 교통 이동 복지 시설로, 2024년 현재 서울시 시내버스 정류소의 81.35%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온의자 설치는 약 6년 전부터 여러 지자체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 사업으로, 공공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만족도가 높음이 확인된 시설물 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부적합 업체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잦은 고장과 체계적이지 못한 유지·보수 문제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이 일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시민 편의를 위해 사업을 추진한 한 지자체의 경우 고장이 발생해도 신속한 수리와 교체는 커녕 업체가 전화조차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담당 공무원의 하소연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유지·보수로 곤란을 겪은 충청북도 일부 지자체에선 지역 업체와 계약했지만, 회사가 폐업한 사실이 밝혀진 사례도 있으며, 냉·온의자 제품의 에너지효율이 낮을 경우 전기요금이 과도하게 청구된다는 점도 드러났다.

실제 모 사의 일부 제품은 전기세가 월 10만 원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자체가 에너지 절약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추진한 사업이 무색하게도 오히려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 안전과 관련 전기적 문제에 따른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인증은 실내에서 사용되는 기기에만 부여되기 때문에 실외에 설치되는 냉·온의자의 경우 비, 바람과 습기에 그대로 노출되는 만큼 별도의 검증 기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일부 지자체가 선정한 모 사의 냉·온의자는 과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는 일도 발생했지만, 업체가 제품 설치 후 유지·보수 자체를 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의 원인을 저가 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준 미달 업체 선정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선이다.

대부분 제작비용을 낮추고, 납품에 중점을 둔 일부 제품 중에서 '여름철 결로 현상', '과열로 인한 화상 위험', '산화 현상에 의한 위생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여전히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제품들을 선정해 설치하고 있는 상황으로, 모 지자체의 경우, 도 조례에 따라 지역 업체 외 다른 지역 제품은 발주·설치를 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시중에 다른 제품들과 비교 선택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은 물론 오히려 특정 회사의 독과점을 야기시키고 있어 해당 조례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또, 버스정류소 냉·온의자 설치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지면서 지자체별 관련 사업 설치·운영 예산 확보가 늘어나자 영세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도 뒤따르고 있다.

영세 업체들이 기존 업체에서 재료 부품만 수급받아 재조립한 제품을 조달 등록해 판매하기 때문에 유지관리 능력은 사실상 어렵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시민 불편은 불편대로 해소하지 못 하고 유지비용은 몇 배로 불어나고 있는 예산 낭비 실태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으며, 그와 함께 반복되는 비효율적 실태와 관련 불공정한 업체 선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도민들 입장에선 같은 세금을 내고 에너지효율, 내구성, 안정성 등이 우수한 제품이 설치된 만족스러운 교통복지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본적인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설치되는 모든 공공시설은 시민의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사업 주체인 지자체는 물품선택에 있어 업체가 직접 제조시설을 갖췄는지, 사후 관리능력과 실적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오랜 기간 사람 중심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건강한 기업들의 결과물들이 이런 잘못된 시장 논리로 폄하되지는 않을지 안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