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의학칼럼) 살 빼자니 성장에 해(害), 놔두자니 건강에 독(毒)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경인통신 | 기사입력 2016/02/01 [20:53]

(의학칼럼) 살 빼자니 성장에 해(害), 놔두자니 건강에 독(毒)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경인통신 | 입력 : 2016/02/01 [20:53]
22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jpg▲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몸도 마음도 한창 성장해나갈 아름다운 소아청소년기에 일부 아이들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고 학생들의 전체 비만율 및 고도비만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고도비만 비율은 2007년에 0.8%에서 2014년에 1.4%7년 동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소아청소년들의 고도비만에 대해 이제 사회와 학교가 나서서 힘을 합쳐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소아청소년들의 고도비만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성인 고도비만보다 더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해야 한다. 성인에 비해 소아청소년들은 동기부여가 어렵고 학교와 학원 일정 등으로 인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
또한 성장을 함께 고려하며 동시에 비만을 치료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 외 약물치료에도 제한이 있고 수술 치료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의 치료에 대해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문제, 그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에 있을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의 도움말을 들어보자.
 
여린 마음에 상처로 남는 고도비만
사춘기는 외모에도 관심이 많고 매사에 예민한 시기인 만큼 심리적인 위축감과 우울감도 크다.
비만 자체가 반드시 낮은 자존감을 수반하지는 않지만 주변사람들의 체중에 대한 과도한 관심, 미디어에서 보는 연예인과 대조되는 본인의 모습, 일반 어른들보다 더 큰 몸집 등으로 인해 비만아동 스스로가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되며 남들의 눈을 의식하게 된다.
결국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자신감이 없어지고 소극적이며 친구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기가 어렵고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기 쉽다. 이런 이유로 많은 비만소아청소년들이 우울감이나 사회적 위축감 등의 심리적 문제도 함께 동반되는 경향이 있다.
 
각종 대사질환에 무방비 노출
소아청소년기 비만이 성인기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지방간 등 심혈관계질환과 대사성질환의 발병을 높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비만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대사성질환의 위험인자도 더 커진다.
또 성인기에 비만이 시작된 사람보다 소아기에 비만이 시작된 사람은 비만의 정도가 심하고 비만의 합병증도 더 중하다. 더구나 고도비만 소아청소년의 경우 아직 어린 나이에 이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고도비만 소아청소년은 대사증후군이나 각종 심혈관질환 위험요인 유병률이 일반 비만 소아청소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도 있어 조기에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성장이 먼저냐  체중조절이 먼저냐 
일반적인 비만의 경우 체중감량을 목표로 치료하지는 않는다. 소아는 1년에 평균 3~4cm씩 키가 자라기 때문에 경도·중등도 비만일 때는 성장 속도에 비해 체중이 유지되거나 더디게 증가하면 비만정도가 호전되는 것이므로 체중감량 자체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따라서 양질의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통한 바른 성장을 유도한다. 하지만 고도비만은 판정 당시 이미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같은 합병증이 찾아올 위험이 높은 상태이므로 일반 비만과는 달리 생각해야 할 문제다.
결국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치료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적극적으로 체중조절을 하자니 성장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자연스러운 성장에 몸을 맡기자니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이 건강위험요인과 대사적 합병증을 평가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이를 통해 개인에게 맞는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 운동과 식이조절, 생활습관 변화 등을 병행해야 한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가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는 이유
고도비만 소아청소년의 치료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관리를 받아야하는 질환임에도 소아청소년기의 바쁜 학습 일정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사회경제적인 면도 한몫을 한다. 비만의 치료에 있어서는 부모의 지지와 관심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데 여기에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많이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상의 제약도 있다.
비만의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약물치료인데, 12세 이상을 대상으로 처방이 가능한 비만치료 약물은 지방흡수 억제제 Orlistat밖에 없다.
게다가 위장 용적을 줄여서 에너지 섭취를 줄여주는 수술적 치료는 소아청소년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가 가장 확실하나 부모와 아이들이 선뜻 결심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결국 체중조절 효과가 금방 드러나는 약물이나 수술적인 치료는 적극적으로 활용이 어렵고 다만 생활습관 개선, 환경변화와 행동수정을 통한 관리와 모니터링 등 소아청소년 스스로 할 수 없는 부분에 의료진의 관여가 꼭 필요한 것이 소아청소년 고도비만인 셈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고도비만관리 표준모형 마련이 시급
최근 전사회적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고도비만 소아청소년에 대한 관리방안은 마련된 것이 없다. 국내 고도비만 소아청소년에 대한 역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조차 거의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고도비만이 아닌 일반 소아청소년 비만에 대한 예방과 관리 프로그램은 일부 학교나 보건소, 각종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캠프나 수 개월간의 단기 프로그램이다.
고도비만은 일반비만 예방이나 관리보다는 질병에 준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소아청소년의 경우 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과 기타 사회적, 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각 학교마다 고도비만아동의 숫자가 많지 않다보니 개별관리를 할 때 낙인화의 위험이 보다 높아지고 체계적인 관리프로토콜이나 치료로의 유기적인 연계 방안 등을 포함한 관리 정책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이러한 현실적 한계점을 고려해 지역사회 기반의 지속적 유지가 가능한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자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중재 사전연구를 기획했다.
지역사회 안에서 활용 가능한 보건의료 자원을 적절히 활용해 소아청소년 고도비만 환자들의 운동과 영양, 생활습관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검증된 표준모형을 개발코자 한다.
고도비만 환자 개개인의 치료와 앞으로 비만관리 정책 수행에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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