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사랑을 요리하는 부천 중국집 이야기(1)

원종동 ‘베이징’…요리는 ‘맛있는 선물’

이영애기자 | 기사입력 2016/10/06 [10:34]

사랑을 요리하는 부천 중국집 이야기(1)

원종동 ‘베이징’…요리는 ‘맛있는 선물’
이영애기자 | 입력 : 2016/10/06 [10:34]
짜장면은 달다.
짜기도 하다. 달콤짭쪼름한 짜장면과 얼큰한 짬뽕. 바삭한 탕수육.
언제 먹어도 맛있고 질리지 않는 절대불변의 국민 인기 메뉴다.
부천에는 달콤짭쪼름하게 사랑을 요리하는 중국집이 많다.
‘첸’, ‘라이차이’, ‘베이징’, ‘굿모닝차이나’... 중국음식을 요리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나눔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
그들이 이웃에게 전하는 사랑의 요리, 그 맛있는 이야기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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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맛있는 선물’을 요리한다.
경기도 부천시 원종1동 오정초등학교 앞으로 뻗은 길가에 ‘베이징’ 중화요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한 달에 한번 특별한 짜장면을 요리한다.
김성화, 김진훈 부부가 요리하고 배달한다. 음식이 가는 곳은 어르신 생일파티.
매달 첫째 주에 15그릇 정도를 배달한다.
2014년 부천시 원종1동 주민센터에서 제안이 왔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전부터 주변 어르신과 나누고 있었다.
가게를 넓히고 주변 어르신들을 돌보기 시작. 2010년부터 6년 됐다.
주변 노인정으로 음식을 보냈다. 모일 곳이 없는 할아버지들은 가게로 초대하기도 했다.
베이징 김성화 사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제일 쉽게 할 수 있고 제일 잘 할 수 있기에 음식을 나눈다”며 짜장면을 나누는 이유를 밝혔다.
가진 사람들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내 능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룬 것이 다 내 것은 아니에요. 서로 돕고 같이 살아야죠. 그게 사는 재미죠”
베이징 김성화 사장은 나누는 것이 아깝지 않다.
1997년 가게를 처음 열고 나눔을 시작하기 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그 나눔이 더 아름답다.
4평에서 시작한 가게
김성화, 김진훈 부부는 같은 직장에서 처음 만났다.
결혼 직후 회사가 부도나면서 실업자가 됐다.
첫째를 임신한 부부는 생계가 막막해졌다. 당시에 아주버님이 원종동에서 중국집을 했다.
그래서 무작정 부천에 왔다. 97년 11월이었다.
그녀의 나이가 고작 29살 때였다. 시댁에서 논을 팔아 2500만 원을 빌려줬다.
부부는 부천시 원종동에 중국집 ‘진성관’을 열었다. 4~5평짜리 작은 가게.
가게에 딸린 쪽방에서 살았다. 위에는 계단이라 천정이 기울어지고, 아래는 정화조였다.
두 명 누우면 꽉 차는 그런 방이었다.
처음에는 가게 운영이 어려워 주방장도 고용할 수 없었다.
김성화 사장이 요리를 시작했다. ‘베이징’ 김진훈 사장은 배달을 했다.
맛있다는 말을 듣기까지 6개월 걸렸다.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요리에 소질이 있었나보다.
어릴 때 시골에 살았던 김성화 사장, 초등학생이었던 그녀는 어른들이 일하러 가면 새참을 챙겨나갔다.
상추로 예쁘게 장식도 하고 밀가루와 막걸리로 꽈배기도 만들며 솜씨를 발휘했었다.
지금은 주방장들 사이에서 잔꾀가 통하지 않는 ‘무서운 사모님’으로 통한다고 한다.
고생을 끝내고 새로운 도전
이자를 포함해서 빚을 다 갚는데 3년이 걸렸다.
1년 더 열심히 하고 전세를 얻었다. 임신하고 하루도 쉬지 못했다.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는 몸조리도 못하고 바로 불앞에서 요리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는 배가 많이 나왔는데 불 앞에서 요리를 하니까 앞치마가 불에 타고 그랬어요. 둘째 아토피가 그것 때문일까 미안한 마음뿐이에요”라며 지난 시절을 떠올리는 그녀.
아이들은 낳자마자 각각 시댁과 친정에 맡겼다. 낳기만 하고 키우지 못했다는 그녀의 말에 지난 고생이 느껴진다.
둘이서 하던 일을 이제 주방 2명, 배달 1명, 홀서빙 1명이 한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까지 쓴다. 4평이던 가게는 40평이 됐다.
이제 아이들은 고3, 중2가 됐다. 그녀는 내년이면 대학생이 되는 아들에게 ‘특별 과외’를 받기로 했다.
대학에 가서 ‘사회복지’나 ‘식품영양’을 전공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다.
“앞으로 먹을거리가 중요하잖아요. 제대로 된 먹을거리를 만들고 싶어요”
중화요리 과목이 있다면 1등할 자신 있다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과 아낌없는 나눔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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