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이 지난 2005년 명동 삼일로 창고소극장 30주년 기념작으로 초연돼 ‘올해의 예술상’을 탄 연극 ‘선착장에서’를 무대에 올린다. 오는 11월 4일부터 13일까지 소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선착장에서’는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울릉도를 배경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은 마을 처녀 명숙이 ‘뭍에다 묻어 달라’는 유언만을 남긴 채 자살을 한다. 죽은 명숙이 홀몸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을은 술렁이고, 명숙의 장례를 위해 뭍으로 가려하는 명숙의 사촌오빠 규회와 이를 말리는 마을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결국 섬 안의 비밀들이 하나씩 폭로되며 마을사람들 모두가 명숙의 죽음에 연관돼 있음이 밝혀지지만 시간이 흐르고 일상으로 돌아 온 사람들은 지난 아픔의 망각 속에서 다시금 자신들의 삶을 즐긴다. 이렇듯 연극 ‘선착장에서’는 울릉도라는 섬을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으로 빗대어 현대사회 인간의 헛된 욕망과 허위의식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섬과 뭍,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 패배한 자와 승리한 자 등 익숙한 대비구도로 극이 진행되지만 결국에는 죽은 자를 제외한 모두가 ‘진실과 순수’를 짓밟은 가해자란 사실을 보여주며 옳고 그름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다소 무거운 주제에 비해 극의 진행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배우들의 구수한 사투리 연기의 리얼함과 개성이 뚜렷한 각 캐릭터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으며 때로는 건조하게 때로는 끈끈하게 풀어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담 없이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완희 연출은 “극장 문을 나서면서, 또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문득 이 가해자들의 모습 중 누구 하나가 나랑 닮았다는 생각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라며 연출의 변을 대신했다. ‘선착장에서’는 일상의 사소함에 묻혀있던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추악한 일면을 천연덕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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