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작 홍사용문학관 시민극단 ‘산유화’, ‘쌀통스캔들’ 무대 올린다김란이 작가의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 각색한 소시민들 이야기
경기도 화성시 노작 홍사용 문학관 시민극단 ‘산유화’가 ‘쌀통스캔들’이라는 연극을 무대에 올린다. 오는 12월 2일 금요일 밤 8시, 3일 오후 3시와 6시, 4일 오후 3시 등 4회에 걸쳐 노작홍사용문학관 1층 산유화극장에서 공연되는 ‘쌀통스캔들’은 한국희곡작가협회의 2010년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던 김란이 작가의 ‘그녀들만 아는 공소시효’를 각색한 작품이다. ‘쌀통스캔들’의 내용은 남의 집 앞에 버려진 빨간 쌀통하나에 탐욕이 생겨 조용하던 골목길이 하루아침에 시기와 질투를 넘어 협박과 싸움으로 이어지는 인간 본성이 숨어 있는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 빨간 쌀통이 골목을 돌고 돌아 서로의 집 앞을 오고갈 때 우리자신들 속에 감춰진 추함과 이기심을 만나게 되고 아무것도 아닌 골목의 일상을 통해 우리들 이웃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 이 작품은 쌀통 속 잘려진 손가락들로 인해 공포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인간의 탐욕을 잘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남편들이 출근하고 아이들까지 다 나가고 나면 동네아줌마 넷은 항상 일상적으로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형님 아우라고 부르는 가까운 이웃이 됐다. 그런데 어느 날 아줌마 넷만 남아 맞이하게 된 이 쌀통 사건이 주는 공포와 불안의 근거는 어쩌면 이 시대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의 모습이 아닐까, 연일 터지는 각종 사건 사고들, 이 극을 잘 들여다보면 각종 납치 살해범, 아동 성추행범들의 범죄가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불안의식을 맨 밑바탕에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살벌한 사건들 속에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다. 일상적인 대낮의 평범한 주택가, 이웃 집 앞에 버려진 빨간 쌀통 하나, 이웃인 그녀들은 오늘도 시끄럽다. 누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느냐 너냐 아님 너냐 하며 시끄럽게 싸우는 그녀들. 결국 그녀들은 쌀통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 안에 담긴 쌀로 떡을 쪄먹기로 한다. 쌀을 돗자리에 쏟아 부어보니 그 안에선 말라비틀어진 아이의 손가락이 나오면서 좌충우돌하며 4여인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모두들 경악하고 동네 주민들 중에 범인을 찾아본다. 단서를 찾기 위해 쌀을 살펴보다가 검정 비닐봉지에 싸인 돈을 발견한다. 돈을 본 네 사람은 신고를 할지 나눠 가질지 의견을 다투다 결국엔 각자의 형편을 핑계 삼아 돈을 나눠 가지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손가락과 발도 나눠 가진다. 며칠이 지나고 네 사람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자신들의 일을 정당화한다. 그 때 쌀통의 주인을 만나게 되고 네 사람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들킬까봐 공포에 떨게 된다. 결국 그녀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이 사건은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벌건 대낮에 발견된 쌀통이 주는 일상 속 공포와 이 사건을 돌파하려는 그녀들의 박장대소 대화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대낮에 골목길에서 발견된 쌀통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공포와 불안감은 긴장 속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닮은 것이다. 연출가는 일상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의 효과를 증폭시켜서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되돌려 주고자 한다. 아무렇지 않게 남의 집 대문에다 쓰레기를 버리고, 남의 것이지만 또 아무렇지도 않게 나눠 가지는 비양심, 보이지 않는 잔혹함 등등... 평범한 일상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 누구도 떨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공포 속에서도 늘 풍족하지 못하고 허기진 엄마라면 공포가 주는 두려움보다는 현실 앞에 무릎 꿇는 애처로움도 연극을 통해 보게 된다. 대낮에 벌어진 쌀통사건, 이 작품으로 무엇을 주려하기보다 힘든 시대를 사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 이 고통과 슬픔과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는게 우리 모두의 바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쌀통 사건이 주는 공포와 불안의 근거는 바로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김란이 작가의 작품은 오늘을 사는 우리 내면을 일상을 통해 솔직하게 접근하고 있는 작품으로 대사가 친근하고 바로 우리 이웃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내재된 의식을 반영하며 투영하고 있다. 장경욱 교수(연출, 수원대 연극영화학부)는 탄탄한 각색 위에 일상이 공포로 바뀌는 순간의 효과를 연출로서 증폭하며 훨씬 더 재미있게, 훨씬 더 공포스럽게 확장할 예정이다. 연극‘쌀통스캔들’이 공연되는 노작 홍사용 문학관은‘나는 왕 이로소이다’를 남기고 떠난 낭만시인 노작 홍사용(1900~1947)이 누워있는 인근에 위치한다. 일제 강점기에 단 한 줄의 친일 집필 활동도 거부한 예술인 노작 홍사용 선생을 기리고자 지난 2010년 3월 18일 건립됐다. 홍사용 문학관은 낭만주의를 선도한 대표적인 시인이자 연극인이었던 노작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따라 문학과 연극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문학관을 찾는 화성시민과 전 국민들에게 언제나 문화가 흐르는 다채롭고 흥미로운 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노작홍사용문학관 1층 산유화극장의 객석 88석은 따뜻한 시민들의 온기를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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