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구한 한림대성심병원 ‘중환자실 구급차’ 본격 가동일반 구급차보다 1.5배 크고 동력‧산소 많아 에크모 치료 지속하며 이동 가능
심근경색 환자가 ‘움직이는 중환자실’을 타고 110km를 달려와 생명을 지켰다. 평소 스트레스를 술과 담배로 달래던 직장인 김모(48)씨.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고혈압, 비만 진단을 받았지만 직장인이 흔히 그렇듯 당장 불편한 곳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그는 불시에 생사를 오가는 상태가 됐다. 지난 연말 김씨는 가족들과 강원 동해안 부근으로 여행을 가서 고기도 구워 먹고 바다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다음 날인 새해 첫 날 새벽, 김씨는 잠을 자던 중 갑자기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통증과 심한 호흡곤란을 느꼈다. 김씨는 급히 택시를 타고 근처 병원 응급실을 찾아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심장효소수치검사, 엑스선 검사 등을 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큰 혈관 3개 중 2개가 막힌 좌측주 관상동맥협착으로, 심장이 당장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급성 심근경색에 의한 심인성 쇼크가 왔고 급성 폐부종까지 생겼다. 좌측주 관상동맥협착으로 인해 급성심근경색이 온 경우 생존율이 20% 이하로 낮다. 의료진은 급히 인공심장 역할을 하는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 장비를 달고 스텐트삽입술 등 응급처치를 해서 혈관을 뚫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심장이 망가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치료가 끝난 것은 아니다. 김씨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에크모 전문 의료진의 처치 하에 심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물치료 등을 받아야 했다. 이를 위해 에크모를 장착한 상태에서 에크모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 팀이 있는 병원으로 가야 했다. 이런 치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반 구급차에는 에크모 등 중환자용 의료 장비를 돌릴 동력이 없고, 의료진이 좁은 차 안에서 치료하기가 힘들어 김씨의 이송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좁은 차 안에서 전문적으로 치료하기도 힘들다. 이때 의료진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중환자실 구급차(Hallym Mobile ICU)’를 떠올렸다. 중환자실 구급차는 국내에 매우 드문 중증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으로, 환자가 이동 중에도 중환자실에 있는 것처럼 치료받을 수 있다. 일반 구급차보다 규모가 1.5배 정도 크며 내부에 에크모 장비‧인공호흡기‧환자 상태 모니터링 장비‧약물주입장비 등 중환자실과 동일한 치료 시스템이 설비돼 있다. 에크모‧ 인공호흡기 등 여러 장비를 동시 가동하기 위해 내부 전력을 일반 구급차 대비 2~3배 더 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산소통도 일반 구급차 대비 4배 정도 실을 수 있어 에크모와 인공호흡기를 동시에 사용 가능하며 장거리 환자도 옮길 수 있다. 이 구급차를 이용하면 김씨가 에크모를 장착한 채 구급차 안에서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연락을 받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즉각 중환자실 구급차를 가동해 강원도로 이동했다. 의료진이 차 안에서 에크모 처치를 계속하는 상태로 구급차는 강원도에서 경기도 평촌까지 110km를 달렸다. 김씨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에크모센터에서 2주 정도 치료받은 뒤 건강히 퇴원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은 지난 1월부터 중환자실 구급차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김씨 같은 중환자가 생명 유지와 회복 치료를 지속하면서 병원 등 장소를 옮길 수 있도록, 증상 발생 후 30분 이내에 진단‧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중증 응급환자 전용 이송체계다. 환자 이송 시에는 병원에서 24시간 대기 중이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의료진 3~4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며 구급차 내에서 곧바로 전문적인 처치를 시작한다. 구급차 내부가 넓어 의료진이 구부정한 자세가 아닌 곧게 선 자세로 처치할 수 있으므로 환자가 빠르고 정확한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된다. 중환자실 구급차는 전국 병‧의원의 급성호흡부전, 패혈성 쇼크, 심인성 쇼크 등으로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중환자가 에크모 치료 등 전문적인 처치가 필요해 한림대학교성심병원으로 이송코자 할 때 병원의 도움을 받아 이용할 수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응급센터 손유동 센터장은 “중환자실 구급차는 중환자용 의료 장비를 움직이며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특수 구급차와 구급차 내에서 전문적인 처치가 가능한 의료팀이 합쳐진 최첨단 시스템”이라며 “당장 위급한 중환자가 안전하게 이송되며 적재적시의 처치를 받을 수 있어 생명 유지와 건강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이열 병원장은 “권역 최상위 의료기관으로서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Hallym Mobile ICU를 도입하고 구급차 운용 비용, 인력 충원 등 병원 자체 예산을 투자했다”며 “24시간 움직이는 중환자실 구급차를 직접 운용함으로써 중증 응급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적시에 진료해 생존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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