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르포) 소금바람에 파묻힌 화성시 지화리

나뒹구는 쓰레기, 극성이는 모기떼..“옛 고향으로 돌려 달라”

이영애기자 | 기사입력 2017/03/28 [13:34]

(르포) 소금바람에 파묻힌 화성시 지화리

나뒹구는 쓰레기, 극성이는 모기떼..“옛 고향으로 돌려 달라”
이영애기자 | 입력 : 2017/03/28 [13:34]
00 지화리 11111111111111.jpg▲ 소금바람이 불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지화2리 인공습지가 낚시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 조홍래 기자)

 
바다를 막아 기름진 옥토로 만들겠다던 시화호 간척사업,
4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며 시작했던 간척 사업은 수십 년이 지난 2017년에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고 살아가던 어민들은 정든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했지만 간척지로 조성된 농지는 아직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소금바람만이 몰아치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지화리 간척지구, 그곳에는 주민들의 한 맺힌 절규가 있다.
 
소금바람이 분다.
주민들 삶의 터전이었던 푸른 바다가 소금밭으로 변해 버린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지화리 인근 간척지.
무성한 갈대숲과 쓰레기 더미가 소금바람에 부대끼며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이 한 때 석화밭으로 유명세를 탔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 쓸모없는 땅으로 버려진 채 몇몇 낚시객들의 휴식처로 변해버렸다.
휘몰아치는 소금바람 뒤엉켜진 갈대 숲, 소금기 머금은 검정 비닐봉투와 흙 묻은 소주병들이 나뒹구는 죽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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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이곳을 간척해 기름진 옥토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바다를 생계수단 삼아 살아가던 어민들의 여린 가슴을 선분홍빛으로 물들게 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서로 기쁨과 슬픔을 보듬고 북적이며 살아가던 어민들은 시화방조제 건설 사업이 진행되며 삶의 터전을 등지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보상금도 환수라는 이름으로 일부 토해내야만 했다고 현지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청사진으로 제시됐던 시화지구 사업은 경기도 화성·안산시 일원에 외곽방수제를 축조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농업용지 3636ha를 개발해 다양한 농업적 용도로 활용코자 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1998년부터 오는 2018년까지 4372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경기도 안산시 대부동, 화성시 송산서신면 4396ha(농지조성 3636ha, 담수호 760ha)를 매립해 방수제 37.6km, 양수장 3개소, 도수로 16km, 농지조성 3636ha를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사업기간 연장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총사업비 4372억 원 중 2016년까지 2237억 원을 투자(51%)해 방수제 37.6km를 완료(2013)했고 간척농지 745를 조성(2010) 했다.
또 탄도호 제염을 위해 시우도수로 공사 추진을 계획하고 있지만 경기도, 화성시의 화성호 해수유통 요구 등에 따라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화성호 담수화시기 결정 이후 추진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되풀이 한다.
화성호 담수화 시기는 불확실하다.
화성호 수질보전대책 협의회(경기도, 화성시, 한강유역환경청,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한 화성호 수질보전대책 중간평가 용역(2017~2018)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3공구, 4공구, 5공구 등 미착공 공구는 시우도수로 사업 이후 세부설계와 농식품부 승인과정을 통해 향후 개발할 예정이라는 것이 농어촌공사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임대받은 농지에 물을 댈 수가 없어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화성시와의 협상 결렬로 인해 도수로 공사가 멈췄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양쪽기관을 찾아다니며 하소연도 해 보고 읊조림도 해 봤지만 기다려보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 올 뿐이다.
주민들 속은 타들어간다.
담수화를 통해 농사를 짓고 해풍 맞은 송산포도를 키워 보겠다는 기대감도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지 오래다.
이로 인해 상실감과 배신감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현재 이 어촌 아닌 어촌 마을에는 과거 원주민의 절반도 되지 않는 45 가구만이 남아 포도 농사를 지으며 고향을 지키고 있다.
농민들은 자구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관정을 뚫어 논에 물을 대려했지만 물줄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그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물이라도 달라는 절박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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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을 정화코자 하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
방문객들이 버린 쓰레기 더미로 인해 여름에는 파리와 모기 등 각종 해충이 들끓어 마을에 까지 피해가 오기 때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글귀 사람은 머무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맑은 공기, 한적한 곳을 찾아서 몰려든 낚시객들이 머물다 간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아름아름 안다는 사람들만 찾는 경치 좋은 곳, 이 곳이 그들만의 공간으로 퇴색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인근 지화2리 주민들은 5살 꼬마숙녀부터 허리 굽은 어르신들까지 시간되는 모든 분들이 나서서 습지공원 정화에 나섰다.
할머니, 누가 이렇게 쓰레기 버렸어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무데나 쓰레기 버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주민들은 원한다.
한국농어촌공사나 화성시에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주민들에게 맡기라고...
그러면 이곳 죽어있는 땅을 청소도하고 꽃도 심고 순찰대도 조직해 이곳을 교육의 장, 가족단위 쉼터로 조성해 생명과 정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바람이다.
유년시절 바닷물이 넘실댈 때 이곳 딱섬에서 놀다가 영광스런 상처를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다는 이동준(55)씨는 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이곳에서 책임졌었다. 이곳은 낙지, 바지락, 석굴 등 해산물이 맛도 좋기로 유명해 자식들 학비와 시집 장가보내는 비용을 바다에서 해결했다지금은 이 넓은 땅을 습지로 만들어 놓고 관리를 안 해 버려진 땅이 됐다고 한탄스러워 했다.
마치 방치된 땅, 아니 버려진 땅에 서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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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꽃들이 피고 아이들이 재잘대는 봄이 오려나 걱정이 앞선다
.
임운봉 지화2리 이장은 우리 조상들 할머니, 어머니가 조개 캐고 굴 따던 이곳,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자랐던 이곳에서 아빠는 어떻게 무슨 놀이를 하고 지냈는지 추억을 들려주고 싶은데 와 보면 무성이 자란 풀과 타지 사람들이 놀러왔다 버리고 간 쓰레기들 밖에 없다마음은 코스모스 꽃도 심고 아이들이 아빠 엄마 손을 잡고 놀러와 행복하게 놀다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삶의 터전을 만들고 싶은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맞바꾼 습지....
쓰레기가 나부끼고 싸늘한 소금바람만이 불어대는 황량한 이곳이 생물의 서식처로 탈바꿈하고 시민들이 쉽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생태공원,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길 주민들은 소망하고 있다.
소금바람 속에는 외침이 있다.
내 고향 지화리를 옛 모습으로 돌려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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