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르포) 화성시, 씨랜드 화재 18주기 추모식 열어

“우린 너희들을 영원히 기억할게”‥유족들 흐느낌에 바다도 숨죽여

이영애기자 | 기사입력 2017/06/30 [19:26]

(르포) 화성시, 씨랜드 화재 18주기 추모식 열어

“우린 너희들을 영원히 기억할게”‥유족들 흐느낌에 바다도 숨죽여
이영애기자 | 입력 : 2017/06/30 [19:26]
유족 헌화.jpg▲ ‘씨랜드 화재 희생어린이 추모제’가 30일 오전 10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옛 씨랜드 인근 솔밭 주차장에서 열렸다. (사진 조홍래 기자)

 
아들아, 딸들아! 다시는 찾지 않겠다던 땅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데, 너희들의 웃음, 너희들의 절규가 아직도 눈앞에, 귓가에 맴도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에 내가 이 땅을 다시 밟는구나헌화분향 어느 유가족의 절규
지난 1999년 씨랜드 사고로 고나현·고가현 쌍둥이 두 딸을 잃은 후 생업을 포기하고 한국어린이안전재단을 설립한 고석씨가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어린이 안전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씨랜드 유족 대표 고석씨는 과거의 일이 돼 버렸다. 상처는 아물어가고 있다지역주민들께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 매년 추모비를 찾아주시는 채인석 화성시장님 등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다시는 찾지 않겠다던 땅인데,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에 찾았다는 심경을 토로해 자리는 더욱 숙연해 졌다.
그동안 서울 송파구의 어린이 안전교육관에서 개최되던 씨랜드 화재 희생어린이 추모제가 올해는 경기도 화성시(옛 화성군)에서 개최됐다.
채인석 화성시장이 지난해 유가족들을 찾아 설득하고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10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옛 씨랜드 인근 솔밭 주차장에서 열린 씨랜드 화재 희생어린이 18주기 추모제에는 채인석 화성시장과 고석씨 등 유가족, 이홍근 화성시부의장과 김홍성 의원, 정요안 화성소방서장, 원종문 화성오산 교육지원청장, 이원욱 국회의원,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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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원시 호메실 상촌초등학교 윤혜인
(5학년) 어린이는 언니 오빠들이 여전히 유치원 어린이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니 마음이 아프다.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가슴 아프다. 더 이상 이유도 모르며 사고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편지를 낭독한 뒤 언니는 천사, 오빠는 별이란 동시를 낭송한 후 오빠 언니들을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해 참석한 어른들의 눈물을 훔치게 만들었다.
이원욱 국회의원은 추모사에서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란 고은 시인의 시를 읊으며 지금 우리사회가 그런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나만 보고 오르지 말고 오르려면 함께 올라야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안타깝지만 어느덧 잊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그래서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는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추모사를 통해 아프고 고통스런 현장에 유족들을 모시게 됐다시기와 장소만 다를 뿐 매번 되풀이 되는 사건들이 어린이들에게 집중 되는 것 같다. 그 한이 농축돼 광화문 촛불집회가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채 시장은 또 이 곳은 우리 시에서도 통한의 땅이다. 이곳에 추모비와 추모공간을 조성해 안전사고에 대한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아이들이 희망을 키우는 장소로 거듭나고 보호받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안전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홍근 부의장은 추모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지만 말을 잇지 못하고 한 동안 서 있다가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 상처받은 이 땅을 치료 받도록, 천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함께 하겠다고 말해 자리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본 -추모사 (이워ㄴ욱)1.jpg▲ 왼쪽부터 이원욱 국회의원, 채인석 화성시장, 이희병 송파구 안전담당관 (사진 조홍래 기자)

박춘희 송파구청장을 대신한 이희병 안전담당관은 추모사에서 벌써 1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쯤 대학생, 성인이 됐을 아이들을 생각해 보며 가슴 아파하고, 전날로 돌아가 상황을 바꿔보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 봤다신도 위로하지 못할 부모님의 마음을 감히, 어떤 말로 위로할 수 있겠나. 그날 이후 송파구 어린이안전공원 조성에서 시작된 추모의 마음은 어린이안전교육관을 거쳐 올 9월 개관을 준비 중인 송파안전교육관으로 끊임없이 확대되고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관은 또 어린이가 안전한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어야한다. 모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커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그러한 안전한 세상은 18년 전 가슴 아픈 사고로 별이 된 19명 아이들의 못다 이룬 꿈이 쌓여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떡과 수건 200여개를 준비해 자리를 함께한 추모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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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랜드 화재사건1999630일 새벽 130분 경 옛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에 위치한 청소년 수련시설 씨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소망유치원 고나현·고가현 쌍둥이 자매 등 18명과 부천 이월드외국어학원 유치원생 1명, 화성군 마도초등학교 김영재 인솔교사, 강사 등 23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화성시는 씨랜드 부지에 희생자 추모공간(330) 등 청소년수련원 건립과 숲속놀이터, 캠핑장 등을 포함한 궁평종합 관광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날 유가족들은 추모제 후 미 공군 오폭사고 등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상처를 남긴 매향리 쿠니사격장 부지를 방문해 평화공원으로 탈바꿈하는 현장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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