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를 가는 날 전쟁의 아픔을 달래 주려는 듯 하늘도 굵은 빗방울을 뿌렸다. 경인통신은 23일 오전 9시 15분 수원역과 재향군인회가 함께 하는 DMZtrain 평화열차에 몸을 싣고 백마고지 역을 향해 달렸다. 입영열차가 울고 가슴 저리며 배웅하는 분위기라면 반세기가 훌쩍 지난 후 재향군인 어르신들이 평화열차에 몸을 싣고 백마고지를 향해 출발하는 심정은 어떠했을까 어린 세대로서는 감히 유추하지 못하겠다!. 여려 사람들의 배웅을 받고 손을 흔들며 출발한 열차의 승객들은 평균 80대가 넘으신 어르신들이다. 코레일과 수원재향군인회가 공동으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 대한 감사와 관심을 ‘호국보훈’이라는 주제로 여행을 진행했다. 수원역을 출발한 평화열차(9561호)는 무정차로 백마고지 역에 도착한다. 서울을 빠져나간 열차가 동두천을 지나 한탄강을 지날 쯤 3∙8선 이라는 표지석은 망부석이 돼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전곡리 구석기시대 역사문화관을 지나자 포 사격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는 역마다 이용객 저조로 무인역이 돼 스쳐간다. 백마고지 역에 도착하니 백마고지 전적비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노동당사를 본 떠 만들었다는 ‘두루미평화관에서 철원 오대쌀로 만든 점심을 맛나게 해결한 후 본격적인 견학이 시작 됐다. 통제소를 거쳐 백마고지 위령탑에 도착해 북한의 남침 지하갱도 작전 중 1975년 4월 8일 전사한 중사 김호영, 김재대 등 8인의 영혼을 위한 참배를 마치고 2 땅굴에 들어갔다. 사진촬영은 금지돼 있어 눈으로만 담아야 한다는 지시에 따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어섰다. 말로만 듣던 땅굴을 실제로 들어가 보니 오싹한 기분과 함께 안타까운 심정이 가슴을 짓누른다. 저들은 이 굴을 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 했으며 또 얼마나 많은 회생자들이 발생했을지! 어르신들은 버스에 올라서며 “김정은 이 녀석아! 하고 불러도 대답이 없더라”며 분위기를 달래보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7년 8월에 준공된 철원평화전망대에서는 휴전선 비무장지대와 북쪽의 평강고원, 선전마을 등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비가 쏟아져 영상으로 대신 해야만 했다. 어르신들은 철의 삼각 전적관에 전시된 탱크 등을 둘러보며 잠시 옛 시간들을 더듬고 한탄강 중류에 위치한 철원 8경중의 하나인 고석정에서 강 중앙 기암봉에 임꺽정이 은신했다는 자연 동굴과 건너편 산 정상에 석상이 남아있다는 해설을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곳곳의 매점 등에는 군인들의 만능 양념 ‘맛다시’, 꽃버섯, 북한 돈 등이 눈길을 끌었다. 평강고원, 북측초소, 김일성고지(고암산), 선전마을(거의 빈집으로 막사로 사용되고 있다), 피의능선(비가 내리면 전사자들의 피로 물들었다), 백마고지(27만 발 미사일로 깍인산이 백마가 누워 있는 것 같다), 이아스크림고지, 지금도 긴장과 고요가 공존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등 오락가락 하는 소나기의 심술로 설명으로 대신해야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코레일은 이번 평화열차여행은 보훈의식과 나라사랑 정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기회가 되며 이 여행을 통해 DMZtrain열차이용이 더 활성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철 수원관리역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통일안보의식을 제고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수원역에서는 정차하지 않는 DMZtrain을 임시 운영해 수원역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이벤트가 제공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분단의 현실에서 넓은 평야에 곳곳에 심어진 지뢰와 철조망이 하루빨리 거둬져 부산에서 북한을 지나 러시아 등지로 기차여행이 가능해 지기를 기대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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