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을 2달 앞두고 2주간의 관서 실습에 참여하게 됐다. 아직 임용된 건 아니지만 일선 소방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인 만큼 두려운 마음이 한편에 자리하고 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조금만 지나면 아무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헌장 붕로 배치되기에, 이번 실습 동안 무언가를 최대한 배원 나가야만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특히 나중에 지휘관이 됐을 때 과연 동료 직원들이 내 말은 듣고 따라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즉, 리더십에 관한 고민은 중앙소방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을 할 때마다 항상 골육지정(骨肉之情, 뼈와 살처럼 여겨질 만큼 가깝게 느껴지는 정분)의 리더십을 떠올리게 된다. △ 동료들 내 뼈와 살처럼.........故 채명신 장군의 리더십 골육지정의 리더십을 논하려면 필연적으로 前 (駐越)한국군사령관 채명신 중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육사 5기의 채명신 장군은 건군(建軍) 이후 전투 지휘경험이 가장 많은 군인이다. 또한, 그는 지휘관이 동료와 부하들을 내 가족과 같이 여긴다면 조직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 몇 안 되는 군인이기도 하다. 일례로 4·3사건 당시 부임하게 된 소대는 사병들 대부분이 좌익사상에 물들어 정부와 국군에 극도의 반감을 품고 있었던 상태였다. 하지만 권위를 내려놓고 사병들과 식사, 건강 그리고 가족 문제까지 일일이 챙기는 그의 지휘방침은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공적으로 작전을 마무리하게 했다. (실제로 직속상관인 좌익계 중대장으로부터의 암살위협을 무사히 넘기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임종 시 유언을 남겨 스스로를 국립현충원 장군묘역이 아닌 사병묘역에 묻히게 했다. △ 각자도생의 사회속.......소방조직에 필요한 골육지정(骨肉之情) 이번 실습 동안 배운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위와 같은 리더십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는 점이다. 젊은 직원들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나서서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 화재를 진압하시던 팀장님. 대원들의 근무 중 애로사항, 체력·건강문제 등 세심하게 신경 쓰시던 대장님까지. 이 모두가 골육지정의 리더십일 것이다. 향후 우리 소방조직은 리더십이 핵심가치로 부상할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최근 10년간 순직사례들을 살펴보면 팀 리더의 안전관리 부족을 인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근래 발생한 대형 화재 사례들을 살펴보면 어느 때보다 현장지휘관의 역량이 중요시되고 있다. 21세기(各自圖生)의 사회 속 인간조직 곳곳에서 개인주의가 만연하다. 하지만 소방조직 안에서만큼은 팀워크를 굳건히 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복잡하고 어려운 리더십 이론 중에서도 이 골육지정의 가치가 우리 소방에 가장 잘 어울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실습을 마치며 작게나마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휘관이 됐을 때, 내 옆 동료들의 땀과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소방관이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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