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예요. 한 번 드셔보세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두부 뭉치가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탁자위에 올라앉은 간장종지와 도토리묵, 청국장, 메밀국수도 배시시 웃으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족발을 삶아대는 커다란 가마솥, 떡집에서 새어 나오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 통닭 튀기는 소리, 좌판에 앉아 나물 다듬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은 닫힌 지갑을 열게 만들었고, 막걸리 한 잔에 순대 접시를 끌어안은 어르신들의 정겨운 대화는 하루 종일 이어졌다. 경기도 화성시 발안만세시장의 귀퉁이 풍경이다. 100여 년 전에 시장이 형성돼 매달 5일과 10일에 오일장이 열렸고 수산물과 농산물이 주요 품목이었던 발안만세시장. 지금도 발안만세시장에서는 싱싱한 수산물을 많이 볼 수 있으며 특히 없는 것이 없다는 장날에는 더 많은 농산물과 수산물을 만날 수 있다.
현재는 우리의 전통시장과 더불어 외국인 상가의 이국적 정취마저 느낄 수 있는 곳이 됐다. 인근 기업체의 외국인 노동자들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 상점들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인근 외국인 노동자들이 시장의 주요고객으로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이들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이 생겨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양한 외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외국농산물 노점상들이 곳곳에 생성돼 이색적인 풍경도 연출되며, 시장 매출의 70% 정도를 외국인 고객이 올리고 있을 정도다. KBS가 이곳을 찾아왔다. 최근 ‘KBS 6시 내고향 팀이 3.1절 100주년 기념으로 ‘애국, 애족, 애향의 발안만세시장’편을 녹화했다. 이들은 방송인 김종하를 앞세워 효자떡집과 고객센터 바리스타, 커피 파는 책방, 도넛가게, 외국 농산물 가게, 줄 서있는 택시들, 장날 할머니, 기타동호회, 태국식당, 인도식당 등을 영상에 담아 갔다. ‘발안 만세시장’ 편은 오는 3월 1일 방송 예정이다.
발안만세시장의 만세는 '대한독립만세'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였던 1919년 3월의 장날, 수천 명의 군중들이 만세운동을 펼친 곳이다. 이로 인해 일본경찰은 군중들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발안만세운동을 뿌리라도 뽑겠다는 듯 시장 인근 제암리에 사는 민간인 30명을 교회당 안에 몰아넣고 집중 사격을 퍼부은 뒤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른바 ‘제암⸱고주리 학살사건’으로 불리는 이 참상은 ‘스코필드’ 선교사 등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일제는 세계적인 지탄을 받았다. 문화와 역사가 교차하는 발안만세시장, 발안만세시장은 오늘날에도 과거부터 이어 온 오랜 시장의 명목을 그대로 유지하며 활기찬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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