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봉화군 이몽룡 생가를 다녀왔습니다. 이날 춘향이와 몽룡이는 없었지만 고택은 맑은 공기를 풍기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몽룡 생가 계서당에는 후손인 마을 이장이 지키며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매일같이 몸에 좋은 차(헛개나무, 엄나무, 해바라기, 결명자, 둥굴레, 옥수수, 오가피, 감초, 뽕나무 등을 우려낸 물)를 다려 정성껏 대접하고 있었습니다. 비까지 내리는 고택은 운치를 더했고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몽룡과 성춘향의 애틋했을 사랑을 상상해 보니 20대 연애시절이 떠올라 살포시 웃음을 지었지만 아련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성시성(이몽룡)과 자랐다고 해서 성이성 나무라고 불린다는 소나무는 수령이 500년이 넘도록 성이성 고택을 향해 자리하고 마치 암행어사 이몽룡에게 예를 표하듯 허리를 굽히고 서 있었습니다. 생가 주변에는 과수원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정감이 묻어났고 코끝을 파고드는 소나무 향은 막혔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몽룡 생가인 계서당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계서 성이성(이몽룡) 선생이 12살까지 살았던 집으로 광해군 5년인 1613년 건립됐다고 합니다. 인조 5년인 1626년 문과에 급제한 성이성은 삼사의 요직을 거치면서 4차례 암행어사로 파견됐다고 합니다. 후손인 이장님은 “결말이 비극으로 끝나는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는 '춘향전'이 얼마나 멋있냐”며 센스만점인 말을 던졌습니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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