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 없었다”

동료와 국민들에게 논란이 돼 죄송, 자료 삭제한 것은 실수였다

조홍래 기자 | 기사입력 2015/07/19 [16:49]

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 없었다”

동료와 국민들에게 논란이 돼 죄송, 자료 삭제한 것은 실수였다
조홍래 기자 | 입력 : 2015/07/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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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추정되는 국정원 직원 임모씨(45)의 유서가 공개됐다.
임씨의 변사체와 유서는 지난 18일 낮 12시 2분경 마을과 약 600m, 거주지에서 13km가량 떨어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에서 발견됐다.
임씨는 자신의 승용차 안에 번개탄을 피운채 사망했으며 검안 소견은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19일 오후 2시경 원주 국과수 본원에서 부검 예정이다.
경찰은 임씨가 국정원장, 차장, 국장에게 적은 유서의 공개 여부를 두고 고민을 해오다 유족의 동의를 얻어 19일 유서 내용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유서에는 동료와 국민들에게 논란이 돼 죄송하다는 내용과 업무에 대한 욕심이 현재의 결과를 가져왔고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유서에는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만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실수였다고 표현했다.
임씨는 유서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한 치의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고 적었다.
△사건일지
임씨의 가족은 18일 새벽 5시경 출근한다며 밖으로 나간 임씨가 오전 8시부터 10여 차례 전화 연락이 되지 않자 오전 10시경 관할 소방서에 신고했다.
소방관들은 이날 낮 12시 5분경 인근 야산에서 자신의 승용차에 번개탄을 피운채 숨져 있는 임씨를 발견했다.
△국정원·정부 측 입장
아직 정부나 국정원의 확실한 입장 표명은 없다.
하지만 그동안 성실하게 근무해 온 임씨의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 스마트폰 해킹 의혹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 소속 사이버 안보 전문가의 자살이 정치권 쟁점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 반응
임씨는 국정원이 이탈리아에서 휴대전화 해킹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순수 프로그래머였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 정보위 소속 일부 의원은 임씨는 해킹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부터 시스템을 운영할 때까지 그 팀의 실무자였다는 소리를 언뜻 들었다며 최근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확산되자 정치적 논란 등 심한 압박감에 시달려오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 야당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유서전문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께 동료와 국민들께 큰 논란이 되게 되어 죄송합니다. 업무에 대한 열정으로 그리고 직원의 의무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합니다.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습니다.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하였습니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포함해서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에 수행함에 있어 한 치의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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