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경기문화재단, ‘문무를 겸비한 청백리 가문’의 회화와 전적, 경기도의 보물이 되다

전의이씨 종중 26건 30점 유물을 실학박물관에 기증하다

이영애기자 | 기사입력 2024/03/31 [16:03]

경기문화재단, ‘문무를 겸비한 청백리 가문’의 회화와 전적, 경기도의 보물이 되다

전의이씨 종중 26건 30점 유물을 실학박물관에 기증하다
이영애기자 | 입력 : 2024/03/31 [16:03]

▲ 전의이씨 청강공파화수회・지범공파화수회 유물 기증식


[경인통신=이영애기자]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관장 김필국)은 3월 31일 전의이씨 후손 청강공파화수회(회장 이상진)·지범공파화수회(회장 이민호)에서 보관해 온 가문의 보물 26건 30점을 기증받았다. 전의이씨는 조선시대 문무를 겸비한 실무관료로 활동했고, 청렴한 관직활동으로 ‘청백리 집안’으로 널리 알려진 가문이다.

● 전의이씨 주요 인물들의 활동

이제신(李濟臣, 1536~1583)을 현조로 하는 전의이씨는 조선시대 서울·경기지역에 세거했던 가문이다. 이 가문은 중종년간 사림파의 개혁정치에 동참하며 중앙 정치에 등장했다. 민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실용의 학문을 가학(家學)으로 익혔고, 중앙과 지방관료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이러한 가문의 가풍을 바탕으로 청백리를 연이어 배출하며 관료의 모범이 됐다.

가문의 대표인물을 살피면, 이제신(李濟臣, 1536~1583)은 울산군수 등 지방관으로 목민의 정치를 펼쳤고, 1583년 함경도에서 이탕개(尼湯介) 난을 진압하는데 공을 세웠다. 이제신의 아들 중 이명준(李命俊, 1572~1630)은 1603년 문과에 장원 급제한 후 인조대 대사간과 형조참판을 지냈다. 바른 언론과 지방관으로 그가 남긴 여러 일화는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모범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이수준(李壽俊, 1559~1607)은 문과에 급제한 후 강화부사 등을 역임했고, 임진왜란때 임금을 호종한 공을 인정받아 호성공신에 책봉된 인물이다. 이덕수(李德壽, 1673~1744)는 영조년간 탕평책을 적극 지원했고, 뛰어난 문사(文士)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대제학을 역임한 인물이다. 민생 개혁을 위해 성리학 외에 도교나 불교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등 박학과 문장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 전의이씨 주요 기증유물과 그 가치

이번에 기증한 유물 26건 30점은 조선시대 경기사대부의 활동을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재적 가치가 뛰어나다. 주요한 기증유물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전의이씨의 문화재급 초상 4점

이번에 기증한 초상은 이제신의 둘째 아들 이수준(李壽俊, 1559~1607)과 후대손 이덕수(李德壽, 1673~1744)와 그의 아들 이산배(李山培, 1703~1732)가 그려진 초상화 4점이다.

'이수준 초상'은 왼손으로 수염을 잡고 앉아 있는 전신좌상이다. 그는 이제신의 아들로서 부친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초상은 왼손 약지가 절단된 채 그려졌는데 이는 이수준의 효행을 표현한 것이다. 신익성(申翊聖), 1588~1644)이 지은 『소전(小傳)』에 따르면 1583년 이수준은 병환이 위독한 부친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 뼈를 부러뜨려 피를 낸 뒤 약에 섞어 올렸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이처럼 초상은 효자로서 그의 행적을 고스란이 표현해 내었다.

'이덕수 초상'은 유복본과 관복본 각각 1점씩이 전한다. 우선 전신좌상으로 그린 '이덕수 초상 유복본'은 화면 좌측 하단에 “宗眞殿挍書兼內閣纂修施鈺, 爲東國李太史寫照”란 제기가 적혀있어 중국 청나라 시옥이라는 화가가 1733년에 그린 초상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이덕수 초상 관복본' 반신상은 장학주라는 화가가 그린 것이다. 『사진소발(寫眞小跋)』에서 1742년 70세가 되어 기로소에 입소한 뒤 동갑인 윤양래(尹陽來, 1673~1751)와 함께 초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제작 연도 및 역사적 기록이 명확한 초상화라는 점으로 매우 가치가 뛰어나다.

'이산배 초상 유복본' 반신상은 함세휘라는 화가가 그린 초상이다. 이산배가 사망한 후에 그렸다고 한다. 특히 작품성이 매우 뛰어나 18세기에 제작한 초상화 중에서 손꼽히는 초상으로 평가받는다.

두 번째, 16세기 사대부 의(衣) 생활을 살필 수 있는 출토복식

기증유물 중 이제신의 조부인 이인손(李仁孫, 1477~1543)의 묘소에서 출토한 복식 6점은 조선시대 복식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다. 이 유물은 1997년 3월 묘역을 이장할 때 수습했는데, 상의와 하의를 따로 구성하여 허리에 연결시킨 철릭 3점, 깃이 곧고 소매가 넓은 웃옷인 직령 1점, 옆트임이 있는 반소매 포인 답호 1점 및 조아 1점이다. 16세기(조선 중종년간) 사대부가 착용했던 대표적인 복식으로 조선전기 복식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세 번째, 이제신의 『후청쇄어』와 가계의 기록 등

이제신이 찬술한 『청강선생 후청쇄어(淸江先生 鍭淸瑣語)』는 선대 조상 및 스승의 일화, 집안에서 행하는 관혼상제의 절차, 의복의 변화 등을 수필 형식으로 쓴 책이다. 특히 16세기 사회변화에 따른 사대부 생활문화의 변천을 살필 수 있어 기록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낸다.

이와 함께 가계기록으로 1634년 이제신의 넷째 아들 이명준이 편찬한 후 여러 파의 기록을 종합한 『전의이씨성보(全義李氏姓譜)』2권(목판)은 집안의 가계기록의 변천을 살필 수 있는 문헌이다. 이외에 이제신이 사용하던 도장 2점, 이수준의 인장 1점·교지 5점 등을 통해 문중의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실학박물관 김필국 관장은 기증식을 통해 “대대손손 간직해온 귀중한 유물을 기증해주신 전의이씨 후손분들의 결단에 감사드린다. 실용과 실무관료로서 전통을 계승한 이 문중의 역사는 경기도 사대부의 역사문화유산을 널리 알리는 좋은 자료이다. 이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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