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집먼지 진드기와 호흡기 알레르기질환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정희 교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꽃들이 피기 시작하며 사람들도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봄바람을 맞이하게 되는 계절이다. 학교나 직장, 가정에서는 긴 겨울동안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기 마련이므로 바깥 환경 뿐 아니라 실내환경에서도 여러 가지 알레르기 물질에 노출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집먼지 속에는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중요한 알레르기 물질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최근 알레르기 질환 특히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서양에서는 대체적으로 인구의 15~30%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으며 3~10%가 기관지 천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조사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국가에서의 유병율이 과거 10년 전이나 20년 전에 비해 2배정도의 증가를 보였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소아천식의 유병율은 1961년 1.8%, 1983년 11%, 1991년 13.5%로 급격히 증가했고 그 외의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호흡기 알레르기가 증가하는 원인으로는 대기오염과 주거환경의 변화에 따른 실내 흡입항원의 증가가 중요한 원인이다. 특히 천식의 원인물질로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포자, 동물비듬 등의 흡입성 물질이다. 이중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알레르겐은 집먼지진드기로서,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흡입성 항원물질로 지금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항원성이 규명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20년 사이의 일이다. 집먼지진드기는 습기가 많고 기온이 따뜻한 실내의 집먼지 속에 있으며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지는 인설(비듬)을 먹고 서식한다. 집먼지진드기의 밀도가 먼지 1gm당 100마리 이상이면 감작을 일으켜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침대 매트리스, 양탄자, 천으로 된 소파, 옷, 이부자리, 자동차 시트 등에 많이 존재한다. 이런 곳에서 채취된 먼지 1gm에 수백 마리 정도의 집먼지 진드기가 발견되며 많게는 2만 마리까지 보고된 경우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겨울은 비교적 길고 건조하며 대부분의 방 구조가 온돌로 돼 있어서 진드기의 번식에는 부적합할 것으로 생각됐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택의 형태가 난방이 잘된 아파트로 변화하고 두터운 이부자리와 침대, 가습기의 사용이 증가하는 등 주거환경의 변화로 집먼지진드기에의 노출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아무도 느끼지 못하지만 실은 우리 모두가 먼지 속에 포함된 집먼지진드기 항원을 흡입하고 있는 것이다. 집먼지진드기 뿐아니라 집먼지 속에는 동물비듬이나 털에서부터 나오는 여러 단백물질들이 존재하는데 특히 고양이 털(또는 비듬)은 고양이를 키우는 집안 환경 뿐아니라 키우지 않는 환경, 이를테면 학교나 직장, 심지어 병원의 실내먼지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또 부엌먼지에는 바퀴벌레의 배설물이나 죽고 난 잔해로부터 떨어져 나오는 여러 물질들에 의해 오염이 돼있는데 대략 1g 의 부엌먼지 중에는 10mg 정도의 바퀴벌레 항원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집먼지에 포함돼 있는 중요한 항원 물질에는 각종 곰팡이 포자 등을 들 수 있는데 집먼지진드기에 비하면 감작율이 낮지만 이 또한 중요한 알레르기 물질이다. 기관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원인 항원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집먼지진드기가 원인 항원인 경우에는 집먼지를 흡입하는 것을 가능한 한 최소화해야 한다. 또 꽃가루나 곰팡이 포자, 동물비듬 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에도 이를 회피해야 한다. 이를 환경조절, 환경요법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원인항원이 꽃가루인 경우에는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에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동물이 원인인 경우에는 키우는 동물을 다른 집으로 보내거나 해서 환경에서부터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에 주의할 점은 동물을 치워도 실내에 남아있는 동물 비듬 항원은 수개월 이상 지속되므로 집먼지의 주요 원천이 되는 카페트나 천소파등의 가구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 항원인 집먼지진드기의 경우에는 회피가 그리 쉽지 않다. 집먼지 진드기의 서식을 억제하기 위해서 기온이 아주 낮은 북극이나 습기가 전혀 건조한 사막으로 이사를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베게나 이불 등의 침구를 없애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매주 침구류를 섭씨 5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HEFA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 된다. 공기청정기와 집먼지진드기의 투과가 없는 특수한 천으로 침구를 감싸는 것, 집먼지의 원천이 되는 카페트나 봉제완구를 치우고 천 소파를 가죽이나 레자 소파로 바꾸는 것도 집안의 집먼지진드기 농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환경요법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알레르기 질환을 충분히 조절하기는 어렵다. 천식 환자들은 반드시 원인 항원물질에 의해서가 아니더라도 담배연기, 찬공기, 운동시의 과호흡, 기타 약물이나 기도 자극물질 등에 의해 천식발작이 유발되곤 하며 흔히 '감기'라 일컫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서도 천식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곤 한다. 이 때문에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과거에는 천식은 알고도 죽는 병이라 해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불치병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인식으로, 현재에는 천식이나 비염과 같이 치료 효과가 뚜렷한 내과적 질환은 흔하지 않다. 다시 말해 천식과 비염은 일찍 진단해 잘 치료하고 관리하면 완치나 다름없이 조절할 수 있으며 일부 직업성 천식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항원 노출에의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원인을 일찍 진단해 회피하고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면 천식이 완전히 없어지기도 한다. 최근 20여년간의 많은 연구노력의 성과로 기관지 천식은 질환의 개념이나 치료의 원칙이 크게 변화하고 발전했다. 과거의 기관지 천식 치료는 기관지수축을 풀어주는 증상치료가 주된 치료였지마 이런 치료만으로는 기도의 변형과 폐기능의 저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기관지 천식환자의 경우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미한 천식이라 할 지라도 기도에는 알레르기 염증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 천식의 치료목표는 기도의 알레르기성 염증반응을 줄여주고 폐기능을 정상으로 환원, 유지하며 천식의 발작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개념의 변화와 더불어 약물을 직접 기관지에 투여할 수 있는 흡입제의 개발로 약제의 부작용은 최소화 해 장기간의 치료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알레르기 면역요법과 같이 원인 항원에 대한 과민반응을 정상으로 돌려주는 치료방법도 있는데, 이는 천식과 비염을 완치에 이르게 하는 치료방법으로서 경구요법과 주사요법이 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원인항원 물질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이다. 기관지 천식은 호흡곤란이나 천명음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진단이 어렵지 않지만 호흡곤란이나 천명의 증상은 없고 단지 마른 기침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부 압박감을 호소하는 경우, 목구멍에 가래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와 같이 비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또 이런 증상이 특정 계절이나 특정환경에 노출됐을 경우에만 나타나기도 해서 심한 천식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진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먼지가 많은 곳에 갔을 때 발작적인 기침이나 호흡곤란, 혹은 콧물 재채기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잦은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2주이상 가는 기침 증상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기관지 천식이나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며 이 경우 원인 물질을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이들 질환의 진행을 막고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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