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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안전처는 ‘양치기 소년?!!’

이영애기자 | 기사입력 2016/02/11 [01:32]

(기자수첩) 국민안전처는 ‘양치기 소년?!!’

이영애기자 | 입력 : 2016/02/11 [01:32]
~~ ---”, “~~ ---
국민안전처에서 보내는 긴급 재난문자 “~~어쩌구~ 저쩌구~~ 하시기 바랍니다
자다가, 밥을 먹다가, 화장실에서도 자주 접하는 깜짝 메시지 이벤트다.
소리는 어찌나 큰지, 사돈의 팔촌 집까지 다 들릴 정도로 우렁차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황급히 확인해 보지만 내용은 용가리 통뼈가 아니다.
입장을 바꿔서 메시지를 보내볼까??!!!
~~ ---”, “~~ ---
국민들이 알립니다, 국민들이 알립니다, 국민안전처 직원들은 즉각 하던 운전을 멈추고 안전띠 착용을 점검하기 바랍니다!”-오후 6시 퇴근길, 강변고속화도로 달리는 중-
 ~~ ---”, “~~ ---
국민들이 알립니다, 국민들이 알립니다, 국민안전처 직원들은 즉각 잠에서 깨어 애기는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휴일 새벽 곤히 자던 중-
~~ ---”, “~~ ---
국민들이 알립니다, 국민들이 알립니다, 국민안전처 직원들은, 국민안전처 직원들은 즉각 하던 운전을 멈추고 엔진오일은 멀쩡한 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오후 220분경 짐 가득 실린 5톤 차량 이용 경부고속도로 운행 중-
 
 
스트레스다!! 노이로제다!!
국민안전처 재난문자 메시지가 또 언제 올까 두렵기까지 하다!
밥을 먹다가도, 주말에 늦잠을 자다가도, 애기를 돌보다가도, 업무 보고 중에도, 심지어 화장실에서 조차도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사이렌 소리 때문에 깜짝 깜짝 놀란다.
이건 뭐 왼 손으로 비비고, 오른 손으로 비비고도 아니고!!!
낮잠을 자던 신생아가 깜짝 놀라 경기를 일으키고, 통화하려고 휴대폰 들다 깜짝 놀라 떨어트리고, 막걸리 한 사발 들려다 옷에 쏟을 만큼 깜짝 놀란 할아버지는 내 이놈들 주리를 틀어 버릴라고 외칠 지경이다.
싸이렌은 시도 때도 없다. 특별한 내용도 없다.
눈이 오면 눈 치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고속도로를 운행할 때 안전벨트를 매는 것도 당연하고, 성묫길 안전운행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 중대한 일도 아닌듯한데 재난문자 메시지는 마구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그야말로 스펨 수준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재난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대형 사고를 낼 뻔 한 운전자도 있다고 들었다.
또 야, 에이 시끄러워하며 방관하는 국민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국민안전처=양치기 소년이란 등식이 성립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러다가 정작 특별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민안전처 재난문자 메시지가 제구실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이번 설 연휴동안에는 지난 6일 오전 11, 7일 오후 1210, 10일 오전 1116, 3번에 걸쳐 재난 안전처로부터 운전 시 전좌석 안전띠를 착용하고 고향길 안전하게 다녀오라는 등의 문자가 발송됐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고맙고 상냥한 문자를 받았던가!?
하지만 왔다. 영광스럽게도 국민안전처에서. 가문의 영광이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5'안전한 설 명절 보내기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연휴기간인 6~10일까지 긴급재난문자방송서비스를 활용한 안전운전 홍보를 예고했다.
북한의 로켓발사가 예정 돼 있고 설 연휴로 몸과 마음이 바쁜 와중에 이를 숙지하거나 귀 기울인 이가 얼마나 될까!
지난 6일 북한측에서 발사 예정일을 하루 앞당겨서 7일을 포함시킨다고 통보한바 있어 설맞이 준비중에도 마음 한구석은 혹시  하는 걱정들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급기야 7일 오전 930분경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고, 강원 접경지역은 물론 국민 모두는 차례 음식을 준비하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뉴스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었다. 물론 어떤이는 고향집에 먼저 도착해 담소를 나누다 늦게 잠들어 아침엔 늦잠 자느라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을 몰랐을 수도 있고, 알면서도 고향을 향해 서둘러 운전대를 잡은이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1210분경 '(국민안전처) 운전 시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커브길 등 위험지역 안전운전으로 고향길 안전하게 다녀오세요' 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가 휴대폰을 통해 날아올 때 국민들은 싸이렌 소리에 또 한 번 깜짝 놀랄 밖에.
이번 설 연휴를 시작하며 여러 지자체에서는 고속도로 나들목 등에서 안전띠 착용과 운전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함을 알리고 안전운전을 홍보했다.
하지만 국민안전처는 문자를 발송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운전대를 잡고 있을지, 운전중에 놀란 가슴으로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는 건 아닌지를 생각했어야 했다. 묻고 싶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앞두고 가뜩이나 긴장과 불안감이 높아진 시점에 이 같은 문자를 꼭 발송했어야 했는지. 긴급 상황에 보내는 게 긴급재난문자가 아닌가?’라고.
국민안전처가 재난문자를 남발하다 양치기 소년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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