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과 전두엽 치매를 일으키는‘수수께끼 유전자 조각’이 발견됐다. 한국뇌연구원(원장 김경진)은 정윤하 선임연구원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루게릭병과 전두엽 치매와 관련된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cryptic exons)이 세포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게 발현되는 현상을 찾아냈다고 8일 발표했다. 연구결과는 신경과학 분야의 오픈액세스 저널인 ‘몰레큘러 뉴로디제너레이션’에 게재됐으며 정윤하 연구원이 1저자,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의 필립 왕(Philip C Wong)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전두엽에서 시작되는 전두엽 치매는 해마에서 시작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뇌혈관 치매와 구별되며 고령화 사회에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전두엽 치매(FTD)나 근육 마비가 온몸으로 퍼지는 일명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 경화증, ALS)의 주요 공통 원인인 ‘티디피43 단백질(Tdp-43 protein)’에 대한 연구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티디피43은 유전자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이다. 티디피43이 정상이면 특정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의 발현을 억제해 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지지만 티디피43에 문제가 생기면 비정상 단백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학자들은 티디피43 단백질과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이 세포 종류에 따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알아내면 전두엽 치매 등의 발병 메커니즘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은 DNA에서 염기서열 UG가 반복되는 구간에 가까이 위치한 유전자 조각으로 평소에는 mRNA로 만들어지지 않아 아무런 역할이 없다. 공동 연구팀은 티디피43 단백질이 원하는 세포에서 발현되지 않도록 한 유전자조작 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근육세포와 신경세포 등 세포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종류의 수수께끼 유전자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세포에서 발견된 비정상 단백질은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이 끼어들어 만들어진 것으로 구조가 불안정하거나 일찍 분해돼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루게릭병이나 전두엽 치매 등 세포에 따라 다른 질환을 일으키는 이유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뇌연구원 정윤하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티디피43 단백질과 특정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이 퇴행성 뇌신경계와 근육질환의 진행과정에 독특한 방법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뇌신경계 질환, 근육 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과 조기진단 마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4대 뇌연구 기반연구사업’ 등의 예산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연구결과 요약 과학자들은 그동안 신경계질환인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루게릭병)과 전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간의 유전적 연관성을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두 질환이 공통적으로 갖는 병리학적 특성은 RNA 결합 단백질, 즉 TDP-43(transactive response DNA binding protein 43 kDa, TARDBP) 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세포내 침착을 일으키고 핵 내 발현이 소실되는 점이다. TDP-43 단백질 병리현상을 보이는 또 다른 질환으로는 봉입체 근염(inclusion body myositis, IBM)을 들 수 있는데 이 질환은 신경 유래 질환이 아닌 근육 유래 질환(근원성 질환)이다. 이런 TDP-43 단백질 유래 질환의 치료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신경과 근육에서 TDP-43 유발 병인 기전이 어떻게 다른가를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 TDP-43 단백질의 기능은 크립틱 엑손(cryptic exon)이라고 하는 ‘수수께끼 유전자 조각’의 조절을 통해 이뤄진다. 크립틱 엑손은 염기서열 UG가 반복되는 구간과 가까운 구간인데 평소에는 UG 반복 구간에 TDP-43 단백질이 결합해 전사가 되지 않는다. 최근 연구에서 TDP-43 단백질 발현을 억제시킨 줄기세포 모델에서 TDP-43 단백질이 결합하는 유전자의 크립틱 엑손 발현이 활성화 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에서는 원하는 부위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시킬 수 있는 마우스 모델을 사용해 뇌 신경세포와 근육세포에서 TDP-43 단백질 발현을 억제시켜 생체 내에서 세포 타입에 따른 크립틱 엑손을 살펴봤다.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의 크립틱 엑손을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 특이적 크립틱 엑손을 얻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근육세포의 크립틱 엑손을 분석한 결과 근육세포 특이적 크립틱 엑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얻은 신경세포와 근육세포의 크립틱 엑손 결과물과 이전 연구의 줄기세포부터 얻은 크립틱 엑손의 결과물을 비교 분석한 결과 상당 부분의 TDP-43 크립틱 엑손은 세포 타입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크립틱 엑손은 전사과정에 관여해 전사체가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고 일찍 분해되게 하거나 전사과정이 일찍 끝나게 하는 등의 작용을 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나 단백질 번역 조절, 전사과정 조절, 유전자 안정성 조절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TDP-43 크립틱 엑손이 세포 타입 별로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며 많은 신경세포와 근육세포의 중요한 생리 기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혔다. 이것은 TDP-43 단백질로 인해 일어나는 신경계 질환과 근육질환에서 세포 타입별 특정 크립틱 엑손이 질병 진행과정에 독특한 방법으로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 발견을 토대로 TDP-43 크립틱 엑손을 통해 TDP-43 단백질로 인해 일어나는 신경계 질환 (ALS-FTD) 및 근육질환 (IBM)의 치료법 개발과 진단 마커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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