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이영애 기자] “고려의 풍습은 음식을 아끼되 궁실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꿩이 나는 듯한 화려함에 용마루는 잇달아 있고 붉고 푸른빛으로 장식했다. 술잔을 주고받을 때는 빈객과 주인이 백번을 배례해도 감히 예절에서 어긋나지 않는다”-고려도경 中
경기 정명 1000년과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고려와 송나라의 교류를 주제로 한 ‘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고려도경(高麗圖經)’ 특별전이 열려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휴가철을 맞은 도민들의 발길을 이끈다. 26일부터 10월 21일까지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경기도박물관 소장품과 국립중앙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외부 미술관 유물 등 모두 200여점이 전시되며 비색청자와 불화, 대장경, 금속공예 등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1091∼1153년)’이 1123년 한 달간 고려를 방문한 뒤 돌아가 황제에게 올린 출장보고서 ‘고려도경’을 통해 언급했던 유물들과 그가 봤음 직한 물품들로 구성됐다. ‘고려도경’은 1123년 중국 송나라 사절단에 소속된 서긍이 고려를 방문해 실제 겪거나 모은 정보를 기록한 책이다. 서긍이 방문했을 무렵의 고려는 ‘위기와 번영’이 공존했던 시기였다. 동아시아의 국제정세는 송나라와 고려, 북방의 거란족과 여진족 등이 서로의 상황에 따라 대립 또는 연합하는 형국으로 힘의 우위에 따라 국교를 맺었다. 고려는 유연하고 실리적인 외교를 펼치며 활발한 대외무역을 통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고 능력 있는 장인을 발탁해 독창적인 문화를 꾸준히 발전시켰다. 내부적으로는 각종 제도가 정비되고 경제력이 증가하면서 고려의 귀족문화가 절정기에 이르렀다. 고려 전기부터 꾸준히 제작돼 온 ‘대장경’, ‘불화’, ‘비색청자’, ‘금속공예’등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수준은 이미 완숙기에 접어들었으며 그 시작점에는 경기도가 중심에 있었다. 이번 전시는 중국인의 눈에 비쳐진 고려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융합해 고려의 문화를 꽃 피울 수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자리로 주목 받고 있다.
전시는 △경기도박물관의 초조대장경(대방광불화엄경 주본·국보256호)과 청자 주전자와 잔, 촛대(광명대) △국립중앙박물관의 청자 양각 모란 넝쿨 용무늬 매병,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수월관음도(보물1426호)와 청자 기린모양 향로, 은제 도금 잔과 받침, 청자 상감 국화무늬 모자 합 △경희대학교 중앙박물관의 사자모양 향로 △가천박물관의 은 상감 장생무늬 수반 △인천시립박물관의 청자 배모양 변기 △성공회대학교 역사자료관의 윤언식 묘지명 △고려시대 차 도구 재현 △귀족 여성의 복식 재현 등 경기도박물관 소장품과 국립중앙박물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등 외부 미술관 유물 등 200여점이 함께 전시돼 특별함을 더한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서긍의 고려도경 △수도 개경 △고려인의 풍속 △비색청자와 세밀가귀 등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네 가지 섹션 중 △1부 '서긍의 고려도경'은 송나라 사절단의 방문일정과 고려도경을 편찬한 과정을 영상과 패널로 설명하고 있으며 △2부 '수도 개경'은 서긍이 개경에서 참석한 공식행사와 보고 들은 내용을 소개 △3부‘고려인의 풍속’은 고려 귀족과 서민 생활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고려청자와 차, 술, 향약, 음식 등을 소개하고 당시 여성들의 복식 재현 △4부‘비색청자와 세밀가귀'에서는 금속공예품과 고려의 불교를 대표하는 초조대장경 등이 공개됐다. 26일 오후 2시부터 경기도박물관 1층 교육실에서는 그림으로 읽는 ‘고려도경’의 저자 김대식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실장이 강사로 나서 ‘경기천년과 고려도경’을 주제로 고려도경의 의미와 고려 시대 삶을 조명한 강연이 진행돼 특별 전시 관람에 앞서 미리 알기 쉽도록 했다.
또 김대식 학예실장은 강연의 말미에서 박물관 관계자가 아니면 만져볼 수 없는, 고려 때의 숟가락과 술잔, 거울 등을 만져볼 수 있는 귀한 선물을 선사했다. 이어 3시에는 경기도박물관 1층 로비 중앙홀에서 ‘900년 전 이방인의 코리아 방문기–고려도경’의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소희 학예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은 손민영 김포다도박물관장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귀한 손님을 맞는 상황을 재현한 ‘고려 다례 시연’이 진행됐으며 테이프 커팅식과 함께 이어진 전시관 관람에서는 고려청자와 차, 술, 향약, 음식과 그릇, 불교, 장례, 도량형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한준영 학예사의 해설이 병행됐다.
박희주 경기도박물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고려도경은 당시 고려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 도와주시고 기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신문을 보니 고려에 대해 일반인의 인식이 '사각지대'라고 표현했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베일에 가려진 고려가 성큼 다가와 여러분들이 한 발짝 다가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성임 (사)경기도박물관 협회장은 축사에서 “올 해 경기도는 참 의미 있는 특별한 한 해다. 고려시대에 '경기'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고 1000년이 지난해이기 때문”이라며 “이와 관련된 전시회가 각 박물관에서 개최되면서 고려의 문화에 대해 재조명 할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 경기도박물관이 이번 특별전으로 재도약하는 모습처럼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복 부산박물관장은 축사에서 “올 해처럼 고려가 회자되는 시기에 독특한 주제로 전시회를 연 것은 누적된 박물관의 역량”이라며 “당시 최고의 안목을 가진 사람이 한 달 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그들이 남긴 사실적인 기록을 그들에게 넘겨준다. 고려는 세계에 자랑 할 것이 많다. 그것을 다시 밝혀주는 건 우리들의 임무고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박희주 경기도박물관장과 전보삼 만해기년관장, 이원복 부산박물관장, 윤성태 가천박물관장, 전승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장, 손민영 김포다도박물관장, 전성임 (사)경기도박물관 협회장, 채신덕 경기도의회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설원기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와 김현태 경영본부장, 김성명 경기문화재연구원장,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장, 양원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박재우 성균관대 교수 등과 박물관 관계자와 도민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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