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나는 아이, 잘 자고 있어도 깨워서 해열제 먹여야 할까?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최수한 소아청소년과(소아감염) 교수
[경인통신=이영애 기자] 열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다. 아이가 열이 나면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와 보호자 또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특히 소아 발열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는 더 큰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소아감염) 최수한 교수의 설명을 통해 꼭 기억해야 할 소아발열에 대해 알아봤다. △ 아이의 체온이 미열로 오르락 내리락해요 인체는 생리학적으로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라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인간의 체온 조절에도 항상성이 작동하고 있으며 인체는 적절하게 열을 생산하고 방출하면서 체온을 일정 범위로 유지한다. 통상적으로 체온의 정상범위는 36.0~37.7℃이다. 하루 24시간 주기 중에서 체온은 이른 저녁 시간대에 가장 높이 올라갔다가 새벽 시간대에 가장 낮게 측정되며, 이것은 정상적인 체온의 하루 중 변동이다. △ 아이 이마를 짚어봤더니 열이 심해요. 발열은 비정상적으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열이 난다’의 기준은 체온이 38℃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음식을 섭취한 후 또는 운동과 같은 신체 활동 후에도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갈 수 있으나 이런 현상은 ‘열’이라고 할 수 없다. ‘열’이 나는지 알기 위해서는 체온 측정을 위한 적절한 도구와 방법이 중요하다. 간혹 일부 보호자는 체온계를 사용하지 않고 아이의 이마나 피부를 손으로 만져보고 뜨겁다고 느껴지면 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체온은 피부 표면의 온도가 아니라 우리 몸의 중심온도를 의미한다.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곳은 고막 체온, 액와(겨드랑이) 체온, 직장(항문) 체온이다. 최수한 교수는 “체온을 측정할 때에는 반드시 체온계를 사용해야 한다”며 “고막 체온을 재는 경우에는 아이 연령에 적당한 크기의 고막용 체온계를 귀 안쪽까지 충분히 밀어 넣은 뒤 측정해야 한다. 액와 체온의 경우 겨드랑이와 체온계가 잘 접지되도록 해야 정확한 체온이 측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아이가 열이 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하나요 열이 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인체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열이 과도하게 발생되는 경우로 특정 약물중독이나 악성고열증 등과 같은 특정질환에서 볼 수 있다. 둘째, 인체 밖으로 열이 적절하게 방출되지 못하는 경우로 심각한 피부 손상이나 피부질환, 외부에서 과도한 열에 노출된 경우다. 대표적으로 여름철 고온 환경에 노출돼 발생하는 일사병이나 열사병이 있다. 첫째와 둘째 경우는 인체의 체온조절 기능이 망가진 상태다. 이 경우 혼수, 경련 등의 신경계 손상이 유발될 수 있는 응급상황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셋째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한 감염증, 염증성 질환이나 악성종양 같은 질환이 있는 경우로 발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경우는 발열 자체가 병이 아니라 원인질환에 의한 증상 중 하나다. 가령 어떤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이의 몸속으로 침입하게 되면 아이의 체내에서는 침범한 균과 일종의 전투를 일으키게 된다. 열은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다. 원인이 되는 균들을 유발하는 질환에 따라 열 뿐만 아니라 기침, 콧물, 복통, 설사 등의 다른 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열만 있을 수도 있다. △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요 감염증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발열의 원인이다. 열이 나는 것 자체가 병이 아니라 증상이기 때문에 원인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발열이 있더라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아이도 있지만, 많은 경우 발열과 함께 보챔이나 쳐짐 등의 불편감을 호소한다. 최수한 교수는 “해열제를 먹이는 이유는 발열로 인한 아이의 보챔이나 쳐짐 등의 불편감을 낮추고, 컨디션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해열제를 먹일 필요는 없고, 아이가 편안히 잘 자고 있다면 일부러 깨워서 해열제를 먹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 여러 종류의 해열제 섞여 먹이면 효과가 더 좋다 현재까지 해열제의 복합 또는 교차 투여에 대한 안정성과 효과에 대한 의학적 근거는 정립돼 있지 않아 추천되는 방법은 아니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온수를 수건에 적셔서 아이의 몸을 닦아주는 미온수 마사지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미온수 마사지를 할 때는 해열제 투여와 병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만약 아이가 미온수 마사지를 받으면서 오히려 더 보채고 싫어한다면 아이의 불쾌감이 가중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단하는 것이 낫다. △ 고열이 나면 뇌손상으로 이어진다 감염증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발열 원인이며 감기와 같은 경증부터 중이염, 인후염, 장염, 요로감염, 뇌수막염, 뇌염 및 균혈증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아이가 열이 심한 경우 보호자 입장에서는 고열로 인해 뇌손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공포가 있지만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소아에서 발열은 열 자체가 뇌손상 등의 위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또 열의 정도가 높은 것이 원인 질병의 심각한 정도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최수한 교수는 “아이가 열이 나는 경우 체온의 정도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동반된 증상이 무엇인지, 아이가 쳐지거나 잘 먹지 않으려고 하는지, 다른 증상이 동반되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해열제를 먹일 때는 의료진과 상의해 올바른 용량과 용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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