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났다. 사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우울하거나 불안해하는 정서적 장애가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다. 평소 우울증이나 불안증세가 있던 사람들이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접하고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덕인 교수팀은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종일 재난방송이 일정시간동안 지속된 시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감, 불안감, 죄책감, 절망감, 분노감 등 심리상태의 변화를 조사했다. 전덕인 교수팀은 조사결과를 ‘세월호 사건 종일방송의 노출 후 정신건강의학적 증상의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해 ‘2014년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외상 경험 있는 환자군 증상 악화 두드러져 전덕인 교수팀은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내원한 만 20세 이상 환자 111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2일까지 새로운 증상의 발생과 기존 증상의 악화여부를 조사했다. 대상환자 중 96명은 공황장애, PTSD, 급성스트레스장애 등 불안장애와 우울증과 같은 신경증을, 15명은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등의 정신증을 앓고 있었다.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울감, 죄책감, 절망감, 짜증, 불안감, 분노감, 자살사고, 자해행동, 식욕저하, 불면, 무기력함, 신체증상, 집중력 저하 등 13가지에 대해서 항목별로 발생유무를 확인하고 변화정도에 대해서 7점 척도로 평가했다. 평가 결과 환자들은 조사한 13가지 증상에서 악화를 경험했다. 전반적으로 우울감과 절망감, 짜증, 불안감, 분노감, 신체증상, 무기력함, 집중력 저하 등 항목에서 증상의 악화를 경험했으며 이중 분노감에서 가장 많은 환자들이 심한 악화를 호소했다고 의료원은 밝혔다. 특히 과거 외상경험이 있는 환자들에서 외상경험이 없는 환자들에 비해 더욱 우울감, 절망감, 짜증, 불안감, 분노감, 신체증상, 무기력함 등의 증상악화가 심했다. 전덕인 교수는 “외상경험이 있는 경우 세월호 사건 방송과 같은 외상에 다시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더욱 부정적인 심리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외상경험은 장기간에 걸쳐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우울증이나 PTSD 등의 정신질환 발병과 경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과거 외상의 경력을 가진 환자들은 이러한 외상성 자극에 노출을 줄이거나 상태변화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증 환자군이 정신증 환자군 보다 증상악화 심해 연구대상을 신경증(우울증과 불안장애)과 정신증 환자군으로 나눠 비교하면 신경증 환자에서 더욱 증상이 악화됐다. 신경증 환자군은 절망감, 짜증, 불안감, 분노감, 신체증상, 불면 항목에서 증상악화를 보였고 특히 신체증상, 불면, 절망감 증상이 심하게 악화됐다. 전덕인 교수는 “이는 신경증 환자군이 정신증 환자군과 비교해 세월호 사건 방송에의 노출로 인해 더욱 부정적인 심리적 영향을 받았음을 의미한다”며 “신경증 환자들을 우울증(53명)과 불안장애(20명)로 구분해 증상의 변화정도를 비교했을 때 우울증 환자에서 불안감, 신체증상, 식욕저하 등이 세월호 사고 보도이후 더욱 악화됐다”고 말했다. 신경증 환자에서도 외상의 경험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외상이 있었던 환자들(25명)은 없었던 환자들(71명)에 비해 우울감, 짜증, 불안감, 분노, 무기력감 등이 악화됐다. 전덕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 짧은 시간 내에 수행된 횡단연구로서 그 시기적인 중요성이 있다”며 “재난과 관련된 정신과적 문제에 있어서는 정신건강의학과 환자군에 따라서 증상의 차이가 있으며 이에 따라 구분해 서로 다르게 접근해야 함을 시사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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