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한정민 기자]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오래된 건축물들 사이에 눈길을 확 사로잡는 커다란 2층 신축 건물이 들어섰다.
전체적으로 노란 베이지빛 외관과 투명한 유리창이 따뜻하면서도 개방적인 느낌과 안정감을 주는 지동 행정복지센터다.
‘사람’ 중심 행정을 펼쳐온 수원시가 공공건축물에 인권을 담아내는 첫 시도로 4년여 만에 완성해 낸 결과물로, 오는 12월6일 주민들을 맞을 수원시 최초의 인권청사, 지동 행정복지센터를 미리 둘러보며 수원시가 공공청사 건축이라는 그릇에 담아낸 인권을 확인해 본다. ◇ 낙후된 도심 ‘지동’의 변화를 꿈꾸다 0.79㎢ 면적에 5900여 세대 1만2500여 명이 거주한다. 주민 다섯 명 중 한 명은 노인(인구의 21%)이고, 외국인은 수원시 전체 비율(3.6%)의 3배인 10%에 달한하며, 건축물의 60%가 1960~1970년대에 준공된 건물로 동네가 전체적으로 노후화된 상태다. 증가하는 행정과 복지서비스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은 매우 협소해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오던 주민들이 다양한 마을행사 등 자치활동을 할 때에도 부족한 공간은 걸림돌이 되기 일쑤였다. 낙후된 주거 환경은 물론 노인이나 외국인 등 취약계층이 많고, 사회기반시설 등이 부족한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인권청사가 건립되면 주민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구심점 역할을 해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동 주민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그 누구라도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가로등이 밝혀지면 주민들이 어두운 밤에도 안심하고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오갈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눈길, 손길, 발길 닿는 곳마다 ‘인권’ 바깥 인도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그 어떤 장애물도 없다. 계단은 물론 불편을 야기할 수 있는 구조물도 없어 누구나 쉽게 내부로 들어갈 수 있으며, 진입로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에 단차가 없어 ‘누구에게나 친절한’ 공간이다. 휠체어를 탄 사람이나 목발을 짚은 사람, 보폭이 좁은 노인, 손에 짐을 많이 든 사람, 걸음마를 막 뗀 어린아이까지 모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선 자동문을 여는 버튼은 일반적인 위치보다 한참 아래 설치됐다. 일반적으로 버튼이 성인의 허리~가슴 높이에 있는 것과 달리 손을 아래로 뻗어야 닿는 위치로, 장애인이나 키가 작은 사람, 허리가 굽은 노인 등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점자 안내판 등 장애인용 사인물도 더 눈에 띄는 위치에 설치됐다.
공간에 개방감을 주는 유리 벽에는 시선이 머무는 위치에 픽토그램을 활용한 사인물을 연속적으로 부착해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토록 했다. 각 공간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는 화재 시 대피요령과 소화기사용법, 피난로가 상세하게 적힌 안내판이 자리 잡았다. 복도 등 바닥 면 테두리는 일정 구간을 진한 색상으로 시공해 시야감을 통해 공간의 구조와 동선을 파악하기 용이하도록 했으며, 여기에 활용된 디자인 요소들은 모두 수원시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유니버설 디자인 매뉴얼’을 적용한 것이다. 로비 자체가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왼편에는 민원실이 있다. 노인 이용이 많은 지역 특성을 감안해 비대면 양방향 마이크를 설치하고, 독립된 복지상담실을 마련해 이용하는 사람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도록 했다. 동장실은 1층 직원들의 사무공간 입구에 배치돼 널찍하고 개방적인 공간을 주민과 직원들이 사용하도록 하고 동장실을 차선 배치함으로써 주민밀착형 행정에 인권청사의 특징을 더했다. 중앙문을 거치지 않고 외부에서 바로 연결되는 출입문도 만들었다. 빔프로젝터와 스크린, 간단한 수도시설 등이 마련돼 주민 누구나 언제든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될 전망이다. 대규모 행사가 가능한 200석 규모의 대회의실과 소회의실 역할을 할 못골사랑뜰, 공유주방인 못골부엌, 주민자치위원회 사무실, 동대본부 등이다. 각 공간은 가변형으로 만들어져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거나 변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 목적에 맞게 상황별로 공간을 만들어내고 다시 원래대로 복원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복도는 향후 2단계로 문화복지동을 건립하면 연결통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청소 용역원 등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에 맘 편히 쉴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면서 실제 근무하는 직원의 의견을 수차례 청취해 개별 옷장과 바닥 온돌 설치 등의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무장애시설(Barrier Free)을 넘어 청사 건립 전 과정에서 인권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수원시는 구체적으로 지역 특성을 반영할 방법을 고안하고, 모든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와 건축을 했다. 공공청사에 인권을 담아내고자 2017년부터 3년여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으며, 착공부터 준공까지는 1년 남짓 소요됐다. 2018년 6월 주민 11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실제로 인권청사를 이용할 사람들의 욕구를 발굴했고,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실시해 참여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따라 김장 등 대형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대규모 공간, 주방조리 공간이나 쉼터 등 주민편의시설, 민원실과 동장실 및 상담실의 접근성 개선 등이 요구사항이 반영됐다. 이를 위해 수원시 인권담당관뿐 아니라 도시디자인단, 시설공사과, 팔달구 행정지원과, 지동 등 다양한 부서의 협업은 필수적이었다. 수원시는 행정 업무별 다양한 입장과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인권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을 총괄계획가가 지휘하도록 해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세웠다. 입주를 앞둔 오는 1일 관계 공무원은 물론 인권영향평가협의회, 장애인 단체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점검으로 단 한 점의 불편도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목표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