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로 떠난 자식들은 부모님께 무슨 선물을 마련할지 고민을 하게 되고 황혼을 바라보는 들녘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손주들의 재롱에 박장대소 하며 그 동안 쌓였던 시름을 잠시 잊어버리는 5월 가정의 달이 다가 오고 있다. 지금 농촌에는 봄철을 맞아 오토바이, 경운기, 트랙터 등이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활짝 편 채 가을철 풍성한 수확을 거둬들일 부푼 꿈에 도로를 가로질러 산과 들판을 한창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이리 저리 농사일을 살피러 돌아다니다가 난데없이 애지중지하던 농기계와 오토바이가 오히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무서운 흉기로 변하는 교통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도로에서 한순간의 졸음운전이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것처럼 경운기에 ‘추돌주의’ 야광표지판과 경광등 부착 등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머리부터 먼저 바닥에 떨어져 크나큰 사고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을 간과한 채 아직도 고향의 들녘에서는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의 눈을 피해 가던 길을 뒤돌아가는 웃지 못 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평온하고 어두운 시골길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나 홀로 길을 걷는 사람과 불쑥 튀어 나오는 오토바이, 경운기 등 각종 농기계를 간과 한 채 운전을 하다가는 평생 잊지 못할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고령화 사회에 노인교통사고 비중이 1991년 16.7%, 2001년 24.0%, 2014년 38.1% 등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 10만 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OECD 평균(8.9명)의 3배인 22.3명에 이르는 등 교통사망사고에 취약한 고령의 인구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다. 시골 어르신들에겐 오토바이 안전모 미착용 범칙금 2만 원과 무면허운전 벌금 30만 원이 아깝기도 하고 경찰관의 단속이 서운할 수 있겠지만 사람의 목숨이 더욱 소중한 만큼 자신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 제고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것 같다. 경찰에서는 형편이 딱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안전모를 직접 선물하기도 하고 시골 구석구석에 있는 각종 농기계를 찾아서 ‘추돌주의’ 야광표지판을 한 장씩 붙일 때마다 교통사고 한건씩을 줄일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교통사망사고 줄이기 총력대응계획’을 펼치고 있다.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취약지역에 교통시설을 보강하는 한편 순찰차를 주요 도로에 세워놓은 채 교통단속과 사고예방 홍보활동을 동시에 펼치고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경쟁적으로 일어나는 연이은 사고신고를 접하면서 시민들의 안전운전의식에 다시 한 번 호소를 하고 싶다. 다가오는 5월 가정에 달에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화려한 색상의 옷과 건강보조식품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지만 도로를 멋지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흰색 안전모를 씌워 드리고 반짝 반짝 빛나는 경광등 등을 달아 드리는 것은 어떨 런지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해 본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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