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경기도 메르스 중점치료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이곳은 일반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병원 3개 층에 격리병동을 마련하고 메르스 의심증상자와 확진자만을 검사, 치료하고 있다. 기존 수원병원 의사 29명을 비롯해 경기도 메르스 민관네트워크를 통해 민간병원에서 파견된 감염내과 전문의 2명과 97명의 간호사, 28명의 의료기술직 등이 24시간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다. 음압병상 24실과 격리병상 15실을 갖춘 수원병원에는 19일 현재 확진자 8명, 의심증상자 10명 등 18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보호복 입고 24시간 교대하며 메르스와 사투. 체력 한계 올 때도 이곳 의사들은 주간에 5명, 야간과 주말에 3명씩 돌아가며 24시간 환자를 돌본다. 간호사 85명은 3교대로 24시간 환자를 간호하고 12명의 간호사들은 발열검사를 전담하고 있다. 영상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소속 28명의 의료기술직들도 수시로 격리병동을 드나들며 입원 환자 검사를 진행한다. 의료진들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전신을 보호하는 무게 5kg 정도의 레벨D 보호복을 입고 근무한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격리병동을 출입하며 방호복을 입고 벗고 소독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감염 우려 때문에 병원 전체가 냉방이 되지 않는 것도 고충이다. 영상의학과 A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격리병동을 출입하며 이동식 X-ray를 촬영한다. 환자 1명 당 촬영과 장비소독에 20분 이상 걸리는데 여러 명을 검사할 땐 1시간씩 머무는 경우도 많다. 방사선 장비여서 무거운 납치마를 입고 보호복까지 입으면 온몸이 땀범벅이 된다. 오랫동안 검사하다보면 고글에 땀이 차서 호흡도 힘들고 정신이 몽롱해질 때도 있다”고 말한다. △보호복 입어도 감염 두려움은 마찬가지 보호복을 입어도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사명감을 가진 의료진에게도 마찬가지다. 진단의학과 B씨는 “검사가 몰리면 2시간 이상 냉방이 안 되는 격리병동 안에서 보호복을 입고 검사한다. 정밀한 검사계기를 다뤄야 하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환자의 검체를 직접 만지고 폐수도 처리해야 해서 항상 긴장하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수원병원 의료진 감염을 막기 위해 레벨C 보호복을 추가 보급할 방침이다. △감염보다 두려운 건 메르스 낙인 ‘메르스 낙인’은 감염에 대한 부담 이상으로 의료진을 힘들게 한다. 한 의료진의 자녀는 엄마가 메르스 중점치료병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들이 멀리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 다른 의료진은 스마트폰 학부모 단체 대화방에서 ‘아이 관리를 잘해라, 우리 아이는 면역력이 약하니 어울리는 게 싫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유치원에서 등원을 거부해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 간호사도 있다. 수원병원 격리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 중에는 가정주부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따로 마련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C간호사는 “보호복을 입었더라도 혹시 전염될까 싶어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게 힘들고 가족이 그립. 근무하다보면 아이들이 전화하는데 제때 챙겨주지도 못하는 마음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또 다른 직원은 “아무래도 사회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원 시험도 별도의 방에서 치러야 했고 개인적인 학원도 끊어놓고 다니지 못하고 있다. 동료 간호사 중에는 동네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곳까지 피해서 식사를 하는 분도 있다”고 전했다. △행정지원부서도 메르스와 전면전 힘 보태 메르스와의 전면전을 치르는 것은 비단 의료진 뿐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80여 명의 행정부서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지원부서 직원들도 의료 물품을 보급하고 환자와 의료진이 사용하는 각종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 수시로 보호복을 착용하고 격리병동을 드나들어야 한다. 음압병실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감염을 우려해 외주업체 선정에 애를 먹은 적도 있고 각종 시설 관리업체들도 병원 방문을 꺼려 시설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냉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조리하는 원내식당 근로자들도 애로사항이 많다. 조리가 끝나도 온도가 쉬이 내려가지 않아 항상 식중독에 예민하다. 식기도 일회용으로 바꿔 손이 더 간다. 지원부서에 근무하는 E씨는 “따가운 시선은 괜찮지만 가족을 생각하면 후회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내 직업이고 직장이기에 기꺼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전 직원이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지역주민 응원으로 힘 얻어… 메르스 퇴치까지 사명 다할 것 지난 16일 수원병원 울타리에 응원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가 걸렸다. 수원병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과 상인이 다수 포함된 수원시 주민자치위원회와 수원 새마을회 등이 ‘힘내세요! 메르스로 고생하시는 당신 곁에 우리가 늘 함께합니다.’, ‘힘내세요! 사랑합니다. 꼭 쾌유를 기원합니다.’ 등 의료진과 환자를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자발적으로 내건 것. 수원시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권선미씨는 이날 밤새 만든 과자와 빵을 상자에 담아 자필 응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8일에는 응원메시지가 빼곡하게 적힌 연두색 리본이 걸렸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가 환자와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시민들과 ‘희망의 리본달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수원병원 유향희 간호과장은 “병원 앞 응원 메시지를 보고 정말 놀랐다. 집 옆에 감염병을 중점 치료하는 병원이 생긴다는 것은 거부감이 생길 것이라 걱정했는데 우려와 반대로 인근 주민들이 정말 수준 높은 시민의식으로 협조해주셨다”며 “이렇게 응원까지 해주시니 마음이 찡하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하다. 앞으로 응원해 주신 분들의 마음을 간직하고 메르스가 완전히 퇴치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의료인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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