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기고) 내가 먼저 하자! 내가 먼저 비켜 주자!

오산소방서 재난안전과 방호구조팀장 지방소방경 원동욱

경인통신 편집부 | 기사입력 2016/09/23 [12:59]

(기고) 내가 먼저 하자! 내가 먼저 비켜 주자!

오산소방서 재난안전과 방호구조팀장 지방소방경 원동욱
경인통신 편집부 | 입력 : 2016/09/23 [12:59]
22 오산소방서 방호구조팀장(지방소방경 원동욱).jpg

‘빨간 자동차가 애앵애앵~ 내가 먼저 가야해요~ 애앵애앵~ 불났어요. 불났어요~ 애앵애앵~ 불을 끄러 가야해요. 애애애애앵~’이 가사의 동요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이고 어른들도 함께 부르며 웃고 즐겼을 노래다. 하지만 과연 이 동요의 가사처럼 우리 모두 행동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긴급 자동차로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까지 울리며 출동하다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절대 비켜주지 않는 운전자와 비켜주고 싶은데 상황이 여의치 않은 운전자. 이 둘의 공통점은 소방 출동로를 확보를 어렵게 하는 것이고, 다른 점은 비켜주려는 의지의 차이라는 거다.
한국 사람은 말과 행동의 신중함을 미덕으로 여긴다.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내가 먼저 하기 보단 주위 눈치를 많이 보는 경향이 많다.
이런 문화를 바탕으로 짐작해보면 긴급자동차를 만났을 때 내가 나서기 보단 누군가 나서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나 싶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면 이를 따라 하기는 훨씬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누군가가 나서 주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다 보면 결국 긴급자동차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그 결과 응급환자는 상태가 더 악화되고 불이 난 집은 전소(남김없이 다 타 버림)가 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당신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라고 늘 강조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직면한 상황만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지금 내가 바쁘니까, 지금 내가 비켜 주기엔 불편하니까 하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구급차를 함께 타본 보호자나 화재현장의 관계자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생각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방관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소방차를 보면 무조건 비켜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왜 꼭 안 좋은 일을 겪어야만 알게 될까.
내가 먼저 양보하자는 마음을 갖고 먼저 양보하면 결국엔 모두가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오산에서 동탄신도시로 이어지는 터널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 적이 있다.
그 동영상을 보면 어느 한 차량이 움직여 결국 모든 차량이 터널 양 옆으로 비켜섰다.
이를 보며 누군가 먼저 움직이면 모두를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누군가 하겠지’ 하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내가 먼저 하자!’는 생각을 가져보자.
이런 생각이 점점 퍼져나가 모두 함께 하는 행동이 된다면 구급차가 나타났을 때, 소방차가 나타났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새로운 길이 열리는 기적은 우리의 생각과 의지에 달려 있다.
작은 행동이 큰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을 믿으며 오늘도 함께 다짐해보자.
“내가 먼저 하자!”, “내가 먼저 비켜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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