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통신

이재명, ‘어머니 첫 설 제사도 못 지내니...’

“정치,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이자만 때로 칼날 위를 걸으며 홀로 된 기분일 때 많아”

이영애 | 기사입력 2021/02/13 [00:59]

이재명, ‘어머니 첫 설 제사도 못 지내니...’

“정치,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이자만 때로 칼날 위를 걸으며 홀로 된 기분일 때 많아”
이영애 | 입력 : 2021/02/13 [00:59]

[경인통신=이영애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민족 명절인 설을 맞아 가족들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재명 지사는 12일 페이스북에 어머니 첫 설 제사도 못 지내니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리고 눈코 뜰 새 없는 일상을 보내며 한껏 긴장했던 몸이 차분히 가라앉는다가까이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던 것은 없었나. 돌아보고 소파에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이 그리운 사람들도 기억 저편에 아득히 사라졌던 장면들도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이재병 지사는 정치라는 일이 보람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만 때로 칼날 위를 걸으며 세상에 홀로 된 기분일 때가 많다그럴 때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가진 것 없고 앞길 막막하던 시절 천둥벌거숭이인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유일한 분이셨다고 그리워했다.

 

이 지사는 이어 고생하시던 부모님 숨결이 이곳 저곳 남아 있고, 철부지 동무들과 천방지축 뛰놀던, 부모님이 함께 영원히 잠들어 쉬고 계시는 산소에 혼자라도 가고 싶었지만 고향방문을 자제하라는데 명색이 공직자인 제가 부모님 만나겠다고 고향방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코로나 때문이니 이해해 주시겠지만 지난 3월 어머님 돌아가시고 대법원 선고 후 한 번 밖에 뵈러 못간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면서도 저만이 아니라 정부방침과 모두의 안전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리 하고 계시겠지요라며 애써 위로했다.

 

그러면서 그저께는 어머님이 꿈에 나타나셨다. 성묘도 못가고 설 제사도 못 지내는 죄스러운 마음 때문이겠지요라며 이번 3월 첫 기제사라도 코로나 상황이 개선돼 참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 지사는 이어 자신의 여동생이 세상을 떠난 것을 기억하며 아파했다.

 

이 지사는 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우리 여동생은 참으로 착한 노동자였다.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던 여동생은 자기가 직장을 바꾸면 동네 사람들이 성남시장 당선된 오빠 덕 봤다는 의심을 받는다며 그만두겠다고 벼르던 요구르트 배달 일을 수년간 계속했다제가 시장에 재선된 뒤에야 청소미화원으로 전직하더니 얼마 안 돼 새벽에 건물 화장실 청소를 하던 중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며 아파했다.

 

그러면서 힘들게 살던 또 다른 가족은 어렵사리 구한 새 직장이 성남시 지원을 받는 곳이라 오해를 살까 싶어 억지로 퇴직시키기도 했다시장인 저 때문에 덕 보기는커녕 왜 피해를 입느냐는 항변에 할 말이 없었다고도 했다.

 

이어 도대체 제가 뭐라고 얼마나 많은 이들에 빚지며 여기까지 왔는지, 산다는 게 참 그렇다고 회상한 뒤 백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서글프다. 제사 명절 핑계로 모여 적당히 얼굴 보고 이해하며 용서받고 사랑 나눌 기회조차 갖지 못하니 안타깝다애증의 우리 셋째 형님께도 그렇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지사는 남은 형제들과 전화로나마 안부를 전한 오늘, 밤공기가 제법 달큰하다고 마음을 다잡은 뒤 아마도 봄이 오나 봅니다. 부모님이 누워계신 고향 청량산 일대에도 철부지들 간식이던 진달래가 곧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겠지요라며 봄을 재촉했다.

 

그러면서 화전민이 버리고 떠난 소개집 안방 개다리소반에 둥글게 모여 앉아 보리밥에 없는 찬이나마 시끌벅적 저녁 먹던 풍경이 아련하다고 기억을 소환한 뒤 지나고 나니 부모님 그늘 아래 온 가족이 함께 했던 그때가 가난하고 힘들어도 행복했던 것 같다여러분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다시 못 올 오늘의 행복을 많이 찾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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