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여름으로 기억한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한 대학선배와 같이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평소에는 더 없이 순한 사람으로 샌님이라 놀림을 받곤 했는데 특이하게도 술만 마시면 주사가 심해 다들 같이 술 마시기를 기피하곤 하던 선배였다. 슬슬 취기가 오르자 그 선배가 자기의 무용담이랍시고 자랑삼아 하는 얘기를 한다. 며칠 전에 술을 마시고 파출소에 가서 집기류를 뒤집어 엎고 경찰관들과 멱살잡이까지 하는 등 난동을 부려 결국에는 온 가족들이 와서 사정사정하고 부탁한 끝에 훈방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파출소 앞을 지나가는 것이 무서워 다소 멀더라도 일부러 돌아서 가곤 했던 시절인 것을 생각하면 그 선배의 그런 행동은 술의 힘을 빌지 않고서는 감행하기 어려운 객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선배가 지금도 그 술버릇을 못 고치고 또 지구대나 파출소에 가서 그때와 같은 난동을 부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경찰은 지구대나 파출소 등의 관공서 내에서의 소란·난동 행위를 대표적인 공권력 실추의 사례로 보고 2013년 8월부터 무관용을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단순 음주소란일 경우라도 그 장소가 관공서에서 한 행위라면 최소한 경범으로 처벌되거나 사안의 경중에 따라서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또 공무집행 방해나 경찰관 대상 모욕행위를 한 경우에는 민사소송까지 병행하게 돼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도 배상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 같이 경찰이 관공서 내에서의 소란·난동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공권력이 실추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권력이 무시되는 국가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나라는 법 준수 자체가 무시되고 사회전반의 무질서와 혼란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권력이 존중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때 그 선배도 파출소에서의 소란난동을 부렸던 과거의 일은 먼 과거의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이제는 부디 법과 원칙을 잘 지키는 성숙한 시민으로 변해 있으리라 믿어본다. <저작권자 ⓒ 경인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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